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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윤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효율향상PD

“탄소중립 핵심기기 ‘히트펌프’
산업공정 설비시장 진출 공감대 형성”
냉열·온열 동시 공급 강점… 기존 칠러시스템 스위칭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에너지, 자원안보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R&D 전문기관이다. 이윤빈 효율향상PD는 산업, 건물, 수송으로 구성된 에너지수요부문 효율을 높일 수 있는 R&D기획을 맡고 있다.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해 국가 에너지정책 방향과 연계해 에너지다소비기기, 설비, 공정 초고효율화와 무탄소, 전기화 및 융복합화를 위한 신규 R&D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용 1,000RT 대온도차 히트펌프 기술개발의 국책연구과제 선정에 집중한 이윤빈 PD를 만나 선정배경, 국가적 기대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산업용 1,000RT 대온도차 히트펌프 기술개발 과제 선정된 배경은
탄소중립 핵심기술로서 히트펌프의 산업부문 적용 확대와 보수적인 산업공정 설비시장에 히트펌프시스템을 진출시켜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물론 혁신 선도국들의 본격적인 연구개발 경쟁과 최근 국제적인 냉매규제 현실화로 인해 기술개발 방향과 시장구조 모두 급변하고 있는 점도 정부 R&D추진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였다. 히트펌프에 대한 전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다. 일례로 IEA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유럽 산업부문 중 식품, 제지, 화학분야 열수요의 30% 가량을 히트펌프로 해결할 수 있으며 3,000여개 설비에 15GW의 히트펌프가 설치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국내외 히트펌프산업 동향은 
국내 히트펌프산업은 건물이나 상업용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제품화가 진행돼 해당 부문 기술경쟁력은 매우 우수하며 세계시장 수출도 활발하다. 히트펌프에 적용하기 위한 열교환기, 압축기 등 핵심부품 기술들도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개발과 경험을 기반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대용량 산업용시스템의 경우 어느 정도 여건만 주어지면 속도감있게 기술개발을 추진해 최고 수준의 기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시장을 보면 상업용이나 건물용 히트펌프의 경우 다이킨이나 미쓰비시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기업을 보유한 일본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도 미디어나 하이얼과 같은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빠른 속도록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LG전자나 삼성전자가 VRF 히트펌프 중심 제품군을 출시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난방이나 급탕의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유럽과 미국의 정책적 방향 설정에 힘입어 ATW(Air to Water)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다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기업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산업용 대용량 히트펌프시스템의 경우 Friotherm이나 Johnson Controls와 같은 전통적인 터보히트펌프나 칠러 전문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스프, 지멘스, Mann과 같은 대형 화학회사와 공기압축기 및 가스터빈 전문기업이 협력을 통해 산업용 대형 히트펌프를 개발해 탄소세 부과에 대응하고 있는 등 글로벌 대형기업들의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산업용으로서 히트펌프의 역할은
산업현장에서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 보일러와 같은 화석연료 기반 설비들을 설치해 잘 사용하고 있었으나 전통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는 방식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화 방향이 제시된 것이다. 그 선두에 히트펌프가 있다. 제조업 공정 중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정에 히트펌프의 가열온도를 직접 사용하거나 예열설비로서 온도 승온이 필요한 공정에 히트펌프를 적용할 수 있다. 

산업용은 제지, 전자, 식품 등 각 부문별로 요구온도나 용량에 큰 차이가 있다. 산업용 공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열, 세척, 건조 등 각각의 적용처마다 요구조건이 있다. 이에 따라 가정용과 달리 산업용 히트펌프시스템은 표준화, 모듈화, 대량생산이 어렵고 현장에 맞춘 설계가 요구된다. 압축기의 경우에도 공정에서 요구되는 온도차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돼야 하기 때문에 유사한 온도조건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상업용 히트펌프보다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즉 다양한 공정들의 운전조건을 맞출 수 있는 정밀한 설계와 운영 엔지니어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으며 유럽, 미국,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IEA의 기술협력 프로그램인 TCP 히트펌프부문에서 2019년 종료된 ANNEX 48 이후 ANNEX 58로 2021년부터 고온히트펌프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점은 각국의 산업용 히트펌프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 히트펌프 보급 확대의 가장 큰 장벽은 
히트펌프는 가정용이나 상업용, 산업용 모두 난방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열원기기대비 높은 설치가격이 가장 큰 장벽이다. 물론 급탕을 포함할 경우 설치 유연성이나 시장에 숙련기술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용의 경우는 좀 더 어려운 장벽이 있다. 보수적인 산업공정 설비시장에서 수요자의 설치 수용성 확보는 매우 높은 장벽이다. 최근 시장에서 탄소 저감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어 이전보다는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지만 이번 R&D 기획과정에서 집중적으로 고민한 부분이다. 공장 현장에 저온 공급 칠러들은 많이 설치돼 있으며 칠러의 교체시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에 냉열과 온열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대온도차시스템의 강점을 내세워 기존 칠러시스템을 대온도차시스템으로 스위칭하는 방식으로 시장 수요자의 설치 수용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 이번 과제를 통한 기대효과는
대규모 공정설비는 실증 레퍼런스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과제 진행을 통해 수요기업의 대형 실증 수행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이를 발판으로 삼아 향후 산업용 히트펌프의 조기 시장 진입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과제공고 시 수요기업 참여를 필수요건으로 명시한 이유다. 낮은 지구온난화지수를 만족하는 냉매 적용, 대형 고효율시스템 및 장기신뢰성 등을 두루 만족하는 첨단기술 확보를 통해 히트펌프업계 세계 최고 그룹에 진입하고 산업부문 퀀텀점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대용량 히트펌프시스템 제작과 운용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소형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크게 성장할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제 종료 시점에는 산업용 히트펌프의 온도차별 시험조건에 대한 규격화된 측정방법도 도출돼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며 산업공정에 적용되는 대용량 히트펌프시스템의 경우 전체 부하영역에서 고효율을 구현하는 최적 운전기술이 필요하므로 축열시스템 연계와 같은 열에너지 활용 최적 운전기술도 산업현장 스케일에서 진행돼 추후 효율적인 열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기술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탄소중립을 위한 히트펌프의 역할은
탄소중립 실행과정은 에너지생산에서 전환과 수요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줄이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과정의 무탄소나 저탄소화도 중요하지만 복잡하게 구성된 수요부문의 탄소중립도 매우 중요하며 관련 주체가 다양하고 많기때문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 에너지수요부문에서 6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고효율화와 저탄소 및 무탄소화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슈다.

매달 가정에서 지출하는 관리비 고지서를 자세히 확인해보면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로 구분돼 에너지사용요금이 청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구단위뿐만 아니라 에너지수요부문의 산업이나 건물, 수송부문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형태에 따라 구분하면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열에너지가 최종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기 때문에 열에너지부문의 온실가스배출량을 해결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어렵다. 전기에너지를 전열기 방식으로 적용해 열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효율 관점에서 증기압축식 사이클을 적용하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기에너지를 열로 변환해주는 히트펌프를 탄소중립의 핵심기기라고 말하는 것이다. 

산업부문에서도 저탄소나 무탄소화를 위해 히트펌프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21년 IEA가 발표한 ‘Net Zero by 2050’이라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히트펌프라는 용어가 34번이나 나온다. 건물이나 산업 전반에 있어 전통적인 화석연료에서 탈피하기 위한 전기화 진행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히트펌프가 공간 난방이나 공정 열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히트펌프용 냉매 이슈도 빼놓을 수 없는데 
증기압축식 히트펌프에 있어서 작동유체인 냉매는 핵심요소다. 기존에 값싸고 우수한 기계화학적 성질을 지닌 냉매들을 사용했으나 환경이슈로 인한 규제 관점의 논의 대상이 돼 왔으며 실제 국제규제가 단계적으로 실행됐다. 최근 키갈리의정서 준수를 위한 각국의 의사결정과 행정절차들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국회 비준을 거쳐 올해 4월부터 공식적으로 HCFC와 HFC냉매와 같은 높은 지구온난화지수를 갖는 냉매에 대한 단계적 규제가 시작됐다. 

환경문제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산업 관점에서도 중요한 이슈이며 유럽의 불소가스 규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건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출의 중요도가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냉매이슈는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수출과 관련된 산업 전반의 중요한 이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큰 규모의 매력적인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제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제동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체 냉매들의 경우 기존 냉매들 대비 가연성이나 독성 등의 문제가 있다. 일례로 R1234yf, R1234ze(E), R-234ze(D)와 같은 HFO계열 냉매들은 GWP가 10 미만이지만 약가연성이다. 공조기에서 단기적인 대체 냉매로 거론되는 R32도 약가연성이며 R290은 가연성 문제가 더욱 크다. 가연성과 독성 이슈가 있는 냉매를 사용해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기존 히트펌프 개발과정보다 더욱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다른 분야도 유사하겠지만 산업용 대용량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실증사이트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새로운 냉매가 적용되거나 대용량 또는 복합적인 히트펌프시스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실증지나 시스템의 성능시험, 안전시험, 신뢰성 평가와 같은 중요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현황에 대한 점검과 추가적인 투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향후 추진될 히트펌프 관련 과제가 있다면
지금 준비 중인 과제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과제공고 시점에 공개할 수 있지만 큰 방향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업부와 에기평이 발표한 탄소중립에너지기술로드맵을 보면 히트펌프의 경우 고효율과 공급온도 광대역화를 향후 방향으로 명시하고 있다. 온도범위에 따라 냉동기와 히트펌프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지만 열을 수송하는 기기로서의 특성을 고려해 전체를 히트펌프범위에 포함시킨 범위설정인데 극저온부터 고온스팀생산까지 히트펌프 작동 온도범위를 넓혀가는 방향에 맞춘 R&D추진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증기압축식 히트펌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열원에 대해 유연하게 설치되고 구동될 수 있는 히트펌프나 열에너지 네트워크를 위한 AI 기반 히트펌프시스템 제어기술과 같은 다양한 시장수요에 대응하는 R&D추진이 중요하다. 현재 증기압축식 히트펌프의 한계는 기계식 압축기와 열전달을 위한 열교환기로부터 발생하므로 한계 극복을 위한 R&D추진이 필요하다. 히트펌프분야의 오래된 숙제인 한냉지운전의 신뢰성과 효율문제도 중요하다. 한냉지 온도조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국의 기후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기술적인 우위 확보를 위해 수출시장을 넓혀가기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실질적인 해법 도출을 위한 기술개발 추진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히트펌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일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최근 히트펌프의 급부상은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당면과제 해결을 위한 고민의 결과이며 향후 산업, 건물, 수송 각 부문 요구에 맞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제품출시가 진행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은 과거 사례들을 통해 우리 모두 충분히 알고 있다.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유망한 분야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협력과 노력을 당부드리고 싶다.

추가적으로 국내 공조시장 통계의 경우 냉방이나 냉난방, 칠러 등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아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정교한 전략수립이나 정책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해상도의 정보들이 풍부하게 생산돼 잘 관리‧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는 공조부문과 관련된 모두의 참여와 공동의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고민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 정보들이 마련될 때 히트펌프를 분야별로 얼마나 어떻게 보급해야 할지와 같은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건설적이며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