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산업은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에너지다소비산업이다.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할당 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사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산업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탄소제로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에너지다소비업종인 제지산업도 탄소중립을 요구받고 있어 모든 부문에서 전기화 전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제지업계는 생산공정의 에너지절감 및 화석연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산업체의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있으며 생산 중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는 히트펌프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지산업체 내 건조공정용 스팀생산의 최적인 히트펌프가 제지산업의 혁신적인 에너지솔루션으로 기대받고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발주한 2023년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 연구개발과제로 '산업용 1,000RT 대온도차 히트펌프시스템 핵심기술 및 실증운영 기술개발'를 아진P&P 컨소시움이 수주했다. 총괄주관을 맡은 김진두 아진P&P 대표를 만나봤다.
■ 아진P&P는 어떤 기업인가
아진P&P는 가전제품과 농산물, 식음료 포장재는 물론 최근에는 택배까지 우리 생활에 밀접한 박스를 만드는 포장부문과 박스 원지를 생산하는 제지부문 등 1개 법인에 제지·포장 2개 사업장을 두고 있는 골판지 전문기업이다. 사명인 아진P&P는 Paper & Packaging 의미한다.
아진P&P는 1975년 설립된 대구 달성군 소재 기업으로 종업원 280여명, 매출 3,000억원(2022년 기준)에 골판지 원지 연산 60만톤 규모, 골판지 8,000만㎡(라면상자 기준 1,000만박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제지부문 연산 60만톤은 국내 단일공장 최대 생산규모를 자랑한다.
아진P&P의 슬로건은 ‘Recycling Nature Resolve Energy’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친환경기업을 목표로 원료와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종이자원(폐지)을 100% 사용해 종이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자원을 Recycling한다는 의미에서 Recycling Nature이며 에너지부문도 친환경에너지를 적극 검토해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Resolve Energy다.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를 적극 검토해 굴뚝없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번에 히트펌프 R&D를 추진하는 배경도 우리의 친환경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 제지업계의 열에너지활용 현황은
제지산업은 에너지 다소비업종이다. 종이를 생산하는 과정, 특히 건조과정에서 스팀에너지를 많이 쓴다. 이에 따라 생산제조원가 중 에너지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골판지원지업계만 소각로를 통해 스팀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으나 제지업계는 대부분 벙커C유나 열병합 또는 LNG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지업계는 에너지비용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골판지원지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온열 분해방식인 소각로나 SRF 방식이 주민들과 환경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제지업계에서는 주민들과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스화 용융방식 등 다양한 방법에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다.
■ 이번 과제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아진P&D의 슬로건이 Resolve Energy, 즉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고자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또 시도하고 있다. 아진도 건조과정에서 사용된 스팀에너지가 수분 증발에너지로 전환돼 외부로 배출하고 있으나 이는 단순 흰 연기 즉 백연(白煙)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백연을 매연으로 오해하고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마침 한국기계연구원과 교류를 진행하던 중 이번 과제 공고를 듣고 에너지도 절감하고 주민들의 오해도 바로잡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 히트펌프시스템을 통해 높은 잠열을 포함한 폐열에너지를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면 굴뚝없는 공장을 만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지난해 5월 한국펄프종이공학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에너지 문제는 아진P&P뿐만 아니라 국내 제지업계 전체의 관심사이기에 히트펌프시스템을 아진P&P가 먼저 도입하고 업계로 확대시킨다면 제지업계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동향은
이미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히트펌프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일부 선진업체는 이미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술성숙도) 9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산업공정에 적용돼 실증테스트까지 마친 상태로 현재 판매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16개 업체에서 30종류의 산업용 히트펌프가 제품화돼 있으며 100℃ 미만 고온 공급온도 제품이 대부분이며 식품공정에 100℃ 미만의 히트펌프 적용사례도 많이 있다. 선진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히트펌프의 최대 고온 공급온도가 90~165℃ 정도 수준인데 120℃ 이상 스팀의 경우 MVR(Mechanical Vapor Recompression) 등의 승압기기와 히트펌프를 결합해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의 지역별 점유율은 2018년 기준 유럽, 아시아-태평양, 북미, 중동-아프리카, 남미 순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인 히트펌프시장은 2018년 기준 약 543억3,000만달러 규모였으며 연평균 11.7% 정도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은 2018년 기준 업종에 따라 종이 및 펄프가 35.3%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식품 및 음료가 14.3%, 화학제품 10.8%, 자동차분야 8.52% 정도 수준이다.
■ 연도별 과제진행 계획 및 목표는
이번 과제는 총 5년 과제로 1~3차년을 1단계, 4~5차년을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히트펌프시스템을 제작 및 실증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에서는 1단계를 토대로 개발한 히트펌프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실증운전시간을 4차년 500시간, 5차년 2,000시간 달성을 목표로 실증운전데이터를 분석해 운영을 최적화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국내 최초 제작 1,000RT 대용량 터보히트펌프를 통해 고온 토출 열원을 제지산업의 건조공정에 적용 가능토록 실증 개발하는 것이다.
■ 실증 진행 계획은
제지산업에서 히트펌프기술을 적용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종이 건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대용량 대온도차 히트펌프 시제품을 개발하고 제지공정에서 사용가능한 수준의 열원으로 공급하기 위해 부족한 온도와 압력을 보충하기 위한 승압설비를 추가로 설계 및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실증운전기간 동안 기존 생산시설의 제어프로그램과 히트펌프시스템 제어프로그램을 연동한 제어프로그램을 구현할 예정이다.
폐열을 회수하는 생산공정의 장단기 운전정지, 생산제품별 폐열 발생량 변화 등 운전변화에 따른 발생 가능한 변수에 대응하는 히트펌프시스템의 운전 및 운영기술(노하우)을 축적하고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실증화 달성 및 성공을 위해 15개 기관 전문팀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실질적인 제지공정 맞춤형 기술이 될 수 있도록 합심해 이끌어 갈 것이다.
■ 이번 과제를 통한 기대효과는
이번 과제를 통해 히트펌프시스템을 새로운 제지생산산업 맞춤형 에너지저감시스템을 개발해 외부에 배출되는 폐열에너지를 재활용하고 화석연료 기반 열에너지 생산방법을 전기화 전환으로 에너지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절감해 제지산업의 에너지비용 절감 및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지산업은 에너지 다소비업종으로 이번 과제를 통해 제지산업 맞춤형 히트펌프시스템을 최적화해 전 제지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사용 가능토록 개발한다면 에너지다소비산업에서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친환경업종으로 전환될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탄소제로화 ‘2050 Net Zero’ 정책과 선을 같이 하고자 한다. 제지업계는 먼저 생산공정 중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에너지절감 및 화석연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산업계 전체의 에너지이용을 탄소제로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문제가 심각한 플라스틱 남용에 따른 탈플라스틱을 추구하고 새로운 바이오 기반 순환경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