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세션 논문발표와 ASHRAE TC회의 및 공식회의 참석을 목적으로 지난 1월20~24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2024 ASHRAE 동계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 기후변화(Climate Change),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과 같은 중요한 주제에 초점을 맞춘 HVAC&R 학계, 업계 및 전문가들의 역동적인 융합의 장이었다.
다양한 주제 중 ASHRAE에서 주목한 것은 단연 탈탄소화다. 이에 따라 최근 발표된 기존건물에 대한 에너지효율표준인 ANSI/ASHRAE/IES Standard 100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최신 개정판(2024)은 건물탈탄소화 통합기술에 대한 초점을 강화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건물유형에 대한 배출목표와 함께 기존건물에 대한 탄소배출성능 요구사항이 포함됐다.
ASHRAE는 탈탄소화 과정에서 그리드 상호작용의 중요한 역할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탈탄소화를 위한 그리드 상호작용건물을 위한 설계 및 운영자원 지침은 ASHRAE 건물탈탄소화 태스크포스(TFBD: Task Force for Building Decarbonization)에서 개발한 일련의 가이드 중 두 번째로 건물과 전력망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소감축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스마트기술, 재생에너지원, 에너지저장시스템을 활용해 에너지 소비와 생산을 최적화하며 이를 통해 그리드신호에 실시간으로 대응해 전체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글로벌 HVAC, ‘지속가능성’ 향해 혁신 중
HVAC&R산업계는 기존관행에서 벗어나 혁신과 지속가능성으로 정의되는 미래를 향해 혁신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산업계가 에너지효율적인 솔루션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실내공기질(IAQ)과 거주자 건강(well-being)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HVAC&R시스템과 인체건강 사이의 중요한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HVAC&R산업은 기술발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고조로 인해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영향과 씨름하면서 산업계는 최적의 쾌적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건물 탈탄소화가 중요한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HVAC&R 전문가들은 태양열 및 지열시스템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을 설계에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원격모니터링, 예측유지보수, 에너지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된 HVAC&R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통합은 데이터경향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조정함으로써 시스템효율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탈탄소 4개 기술 주목
2024 ASHRAE 동계 컨퍼런스을 가로지르는 핵심은 탈탄소화였으며 ASHRAE는 이와 관련한 4가지 기술에 주목했다.
먼저 전력화(Electrification)와 히트펌프다. ASHRAE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히트펌프, 전기보일러 및 기타 솔루션의 통합과 같은 전력화기술 채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전기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공조‧냉동규정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냉매누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ASHRAE Standard 15(공조‧냉동시스템 안전표준) 및 34(냉매지정 및 안전분류)에서 냉매의 온실가스 배출을 다루고 있다. 냉매누출은 매년 온실가스 배출의 큰 원인이며 건물탈탄소화 태스크포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 및 IAQ도 주목하는 기술이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건물과 공기 중 감염전파 위험성 및 그에 따른 호흡기 및 심혈관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기존 IAQ표준에 대한 철저한 재평가가 필요해졌다.
ASHRAE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획기적인 Standard 241, 감염성 에어로졸제어를 발표했다. 이 표준은 신축, 기축 또는 주요 개보수건물 재실공간에서 질병전파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감염성 에어로졸제어에 대한 최소 요구사항을 설정하고 기존 건물용 IAQ표준이나 법규에서 다루지 않는 외기도입시스템 및 공기정화시스템 설계, 설치, 시운전, 운영 및 유지관리에 대한 요구사항을 포함한다.
또한 녹색전환기술도 핵심분야다. ASHRAE는 건물 넷제로탄소 및 에너지목표를 측정하는 새로운 표준을 발표했다. ANSI/ASHRAE Standard 228-2023, 넷제로에너지 및 넷제로탄소건물 성능평가 표준방법은 건물 또는 건물군 운영 중 넷제로에너지 정의 또는 넷제로탄소 정의를 충족하는지 평가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설정한다. 이 표준은 대지경계를 가로지르는 에너지 및 탄소흐름, 그 측정 및 균형을 다루기 위해 ASHRAE Standard 105를 기반으로 한다.
DC쿨링관련 ASHRAE TC활동 ‘활발’
ASHRAE가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전 세계 HVAC&R산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것은 세분화된 기술위원회(TC: Technical Committee)의 활발한 활동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SHRAE TC는 해당분야 최신기술 정의, 지침 및 표준제정과 개정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국내 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 전문가들이 다양한 TC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필자가 속한 ASHRAE TC 9.9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TC 9.9는 ‘Mission Critical Facilities, Data Centers, Technology Spaces and Electronic Equipment’를 다룬다. 한마디로 데이터센터(DC) 냉각과 관련된 세부기술을 다루는 기술협의체다. 현재까지 확인된 활동 중인 한국인 회원은 필자가 유일하다.
TC 9.9 위원회에서는 14개 전문서적(ASHRAE Datacom Series)과 2개 표준(Standard 90.4 및 127)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DC 설계기준은 ASHRAE TC 9.9에서부터 출발했다. 자금까지 DC는 IT장비 전력밀도(집적도)가 공랭식으로 가능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기술기준이 유지됐다.
그러나 딥러닝 및 AI솔루션을 목적으로 하는 DC는 IT장비 전력밀도가 높아져 점점 공랭식으로 냉각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TC회의의 주요 안건도 수냉식(액침)냉각이었다.
필자는 이번 컨퍼런스 기간 중 기술세션 논문으로 ‘DC 냉각폐열 이용방안(Waste Heat Recovery from Data Center Cooling System for District Heating Network)’을 발표했다. 또한 ASHRAE Journal 2월호 표지(대표)논문으로 ‘Higher-Efficiency Redundancy Strategy for Data Center Cooling’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AHR EXPO 국내기업 위상 확대하길
2024 AHR EXPO도 ASHRAE 동계컨퍼런스와 맥락을 같이한다. 중심에는 또다시 탈탄소화가 있다. 전 세계 에너지관련 탄소배출량의 거의 40%가 건축 환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HVAC&R 산업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최전선에 서 있다.
야심찬 탈탄소화 목표는 새로운 장비의 설계와 생산, 진화하는 규정 및 표준의 수립과 이행, 냉매와 같은 향상된 재료와 기술의 통합, AI 및 제어를 포함한 빌딩자동화시스템 등을 포함해 업계의 모든 측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에너지원 및 소비관리, 유통 및 공급망 문제해결, 업계 전반의 커뮤니케이션 및 교육 강화, 제안된 솔루션의 재무적 실행가능성 및 지속가능성 평가 등 무수히 많은 측면이 포함될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며 전례없는 빠른 변화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HVAC&R 관련 분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AHR EXPO에는 삼성전자, LG전자, 경동나비엔과 대성쎌틱 등이 참가했다. 상당한 규모의 전시부스를 설치해 업계를 선도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은 매년 참가해 자사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때문에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기술선도회사로 인식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외에 다수의 중견‧중소기업이 참가했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기업들이 향후 북미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해 엑스포 중심에 전시부스를 자리 잡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기를 기대한다.
북미시장은 엄밀히 말해 그 자체의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국제기준‧표준보다는 그들의 기준에 의해 제품규격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들은 전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애로사항이 많다. 이제는 북미, 유럽 및 아시아 등 기술기준이 많은 부분에서 글로벌표준으로 통일되고 있지만 아직도 북미시장만이 갖는 기술기준들이 존재한다. 이 점을 유념하기를 조언한다.
산‧학‧연 전문가간 교류협력 ‘중요’
이번 ASHRAE 동계 컨퍼런스와 AHR EXPO 참석은 논문발표 등 개인적인 일정도 있었지만 대한설비공학회 공식일정으로 최준영 회장을 모시고 다양한 회의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AASA(ASHRAE Associate Society Alliance) 회의는 ASHRAE가 전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혀 HVAC&R 분야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기술과 아이디어 및 정책을 교환할 수 있도록 1962년에 만든 협회연합이며 대한설비공학회는 대한민국 공식 파트너다.
또한 ASHRI(The Air-Conditioning, Heating, and Refrigeration Institute)가 주체하는 연회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모임(저녁식사)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HVAC&R 산업은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풍부한 매력적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물이 기술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진화하는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숙련된 HVAC&R 및 건축환경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이는 교육과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성장하는 산업계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산‧학‧연 협업이 필수가 될 것이다.
<조진균 한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