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영향평가가 도입되는 가운데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이 행정예고된지 2개월이 넘어선 지금까지 데이터센터(DC)업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는 업계 의견을 취합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상태다. KDCC는 개정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DC산업은 물론 AI, 클라우드 등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유망산업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승훈 KDCC 팀장을 만나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대한 우려사항과 개선방안에 대해 들었다.
■ 전력계통영향평가 도입 시 부작용은
AI확산 등으로 국가간 DC유치 및 빅테크기업의 DC 확보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DC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신규투자 위축,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구글, AWS, 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AI 및 연관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DC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은 아‧태지역에서 이미 한국을 제외한 일본과 인도, 동남아지역에 적극적인 DC 및 AI·클라우드 투자를 진행 중이다.
MS는 인도네시아에 17억달러, 일본에 29억달러, 아랍에미리트에 1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구글은 말레이시아에 20억달러, AWS는 싱가포르에 90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생성형AI와 DC와 같은 클라우드 인프라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APAC지역 투자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AI 및 연관산업 활성화를 통한 미래 국가경쟁력 향상, 신규투자 활성화를 위해 DC 신규투자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추진하는 등 빅테크기업 DC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국가간 첨단산업인프라 경쟁에 역행하거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규제가 확대될 경우 DC 1기당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외기업의 DC 신규투자 위축은 물론 DC를 기반으로 한 AI 등 신규 ICT산업 전반의 국가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 DC 수도권 집중완화를 위해 제도가 기획됐는데
제정안대로 전국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시행할 경우 비수도권에 구축하려는 DC사업도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평가항목과 배점이 DC와 같은 에너지다소비시설에서 충족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비수도권 DC 구축사업을 기준으로 현재 내용의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술적 평가항목 60점 중 30점을 충족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전력계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DC 입지제한 및 비수도권지역 DC 구축사업 지원으로 DC 지역분산을 달성하겠다는 산업부 DC관련 정책과 모순되는 제도설계는 결국 두 가지 정부정책 모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 평가항목 외에도 별도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대행사를 통해 평가항목에 따라 평가서를 작성해야 하며 이후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사업이 타당한지를 평가받아야 한다. 평가항목 총점이 70점 이상인 경우에만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대상으로 상정할 수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평가항목을 70점이나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통과한다고 해도 평가기준이나 위원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부당하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아무리 높은 평가점수를 획득하더라도 정치적, 정성적 논리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우려가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
평가항목 및 내용이 합리적으로 개선된다는 것을 전제로 심의회 평가기준과 평가위원의 투명성을 확보토록 개선돼야 하며 심의회는 개선된 평가서를 토대로 적절한 평가가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심의회 상정기준 근거를 법과 시행령에서 규정하지 않는 만큼 상위법의 한계를 일탈한 70점 규정을 없애 제출된 평가서 전체를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대상으로 상정한 뒤 일정 점수 이상의 평가서만 심의결과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제정안 수정이 필요하다.
■ 평가항목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제정안의 비기술적 평가항목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이탈한 것으로 판단한다. 상위법인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할 때는 전기의 원활한 흐름, 품질유지 및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전력계통영향평가의 세부기준에 대한 위임범위가 전력계통 및 전력설비 신설에 따른 기술적 영향과 대규모 전력수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영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안은 지방재정 기여도, 산업활성화 효과, 해당지역 지원사업 등 전력계통이나 전력수요와 전혀 무관한 항목으로 평가항목을 구성한 것이다.
또한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해 보다 덜 침익적인 방법으로 평가항목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대규모 전력사용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부과하는 항목을 설정하고 있어 사업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입법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어기고 있다.
예컨대 ‘자가발전 운전계획’ 항목을 통해 자가발전 용량이 50%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도록 구성하고 있어 이를 만족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공간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분산에너지공급자 등과 직접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피해를 줄이면서도 분산에너지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친시장적 방안이 있음에도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 제정안을 적용받는 사업자 범위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제정안은 규정시행 전 전기사용을 신청해 한전으로부터 전기공급가능 회신을 이미 받은 사업자가 전력계통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전력수전예정통지에서 나아가 전기사용신청에 대해서도 이미 공식적으로 수전이 가능함을 회신받은 사업자에게 기존 절차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은 비기술적 평가항목 등을 포함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규정시행 전 전기공급신청에 대해 가능하다고 회신받은 사업자는 평가서 제출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전이 해당 부지에 전기공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계통에 대한 영향, 전력수급상황, 전기공급설비 적정성 등이 모두 평가되므로 전력계통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공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없이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계통안정성이라는 제도 취지에 위배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