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설비기술협회 데이터센터(DC)기술위원회가 개최한 추계 DC포럼 및 통합컨퍼런스에서는 DC산업 밸류체인을 아우른 패널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포럼은 ‘국내 DC 규제영향에 따른 산업전망 및 해법’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연창근 설비기술협회 DC기술위원장을 좌장으로 △맹영재 URED 대표 △현철호 이지스자산운용 엑스퍼트그룹 DC부문 대표 △조헌혁 LG CNS 클라우드DC사업담당 △송준화 KDCEA 사무국장 △강승훈 KDCC 팀장 등 패널이 참석했다.
연창근 위원장은 “국내 DC산업이 몇 년 전만 해도 세계적으로 각광받았지만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라며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DCWA(Data Center World Asia) 행사에서 2만6,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산업임에도 규제강화로 인프라 확충이 늦어지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사실상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승훈 KDCC 팀장은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DC를 꼭 필요한 시설로 인식하고 있어 관련 예산도 조금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이라며 “정책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부, 과기부, 국토부 등 DC가 산발적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DC를 전담해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로서 명확한 육성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가 생겨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주무부처는 과기부지만 유관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생길 수 있도록 KDCC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 요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DC산업 밸류체인에 속한 모든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여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창근 위원장은 “국내 DC규제가 적정수준을 넘어 업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며 “규제로 인해 실제로 투자가 철회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준화 KDCEA 사무국장은 “2018~2019년 글로벌 DC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목받으면서 다수 기업들이 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직도 사업을 확정짓지 못한 사업자도 있다”라며 “특히 국내기업이 해외진출 시 해당 국가의 환경에 대응이 어려운 것과 같이 해외기업 역시 우리나라의 낯선 환경 속에서 인허가, 전력보증을 포함한 사업추진 과정에 대단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 DC 화재로 과기부가 시행한 DC안정성 강화방안이나 DC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한 지방분산정책, 전력공급문제로 인한 10MW 이상 신규공급 시 전력계통영향평가 의무화 등 제도는 국내 제도‧문화‧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최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 신흥시장이 떠오르면서 3년 전만 해도 각광받던 우리나라 DC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잃고 있으며 급격한 규제강화 및 소급적용으로 사업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당장 진입할 필요가 없는 시장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송준화 사무국장은 “MS, AWS 등이 AI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 수조원대 투자를 감행한다는 발표를 봤을 때 우리나라가 이러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라며 “이미 빼앗긴 투자는 어쩔 수 없으나 DC사업 불확실성을 줄여 새롭게 투자되는 AI‧클라우드DC는 반드시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창근 위원장은 “국내 DC 규제강화에 따라 국내‧외기업이 실제로 우리나라 땅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실제로 투자사 입장에서는 국내 DC사업성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해외투자를 주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현철호 이지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DC 개발형태가 BTS(Build to Suit: 임차인 요구에 맞춘 개발), 운영사에 의한 상업용 코로케이션센터 개발, 자산운용사와 운영사의 합작투자‧구축 협업개발, 클라우드‧AI 온프레미스 개발 등으로 다양해진 것은 고무적”이라며 “지금까지 임차인을 찾기 용이한 수도권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다양한 규제‧민원에 따라 비수도권 개발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DC를 유치하려는 지자체가 증가하면서 인센티브 제공이 많아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지스가 참여한 하남DC의 경우 투자사‧운영사가 협업을 통해 DC를 구축하고 우수한 수익성을 남긴 선례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라며 “DC시장을 둘러싼 외부요인이 적대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과열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단언컨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공급초과는 아니며 5~10년 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시장으로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철호 대표는 “해외진출과 관련해 한국 로컬기업 입장에서는 국내사업보다 난이도가 더욱 높을 것이며 국내 투자환경과 기대수익이 현재 조건에서도 결코 외국에 비해 뒤처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한다”라며 “해외사업을 위해서는 조인트벤처 등으로 서서히, 신중히 지식‧경험을 쌓아가며 검토해야 하고 국내에서는 해외시장이나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강화해 더 많은 외자유치를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연창근 위원장은 “국내사업여건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에 고무적”이라며 “실제로 최근 각광받는 동남아시장의 경우 기후여건이 DC냉각 및 운영에 유리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엔지니어링, 건설사, 제조사 등이 국내 DC구축 시 외산장비를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그러나 국내기업 기술‧제품이 국내 지형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으며 더욱 경제적일 수 있으므로 기술 및 제품개발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창근 위원장은 “규제강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국내시장 매력도를 상쇄하는 상황에서 향후 제도‧정책개선 가능성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맹영재 URED 대표는 “범부처 정부협의체에 활동하면서 파악한 결과 규제정책 방향성이 전환될 조짐이 있다”라며 “전력계통영향평가와 관련한 분산에너지법의 경우 한전 적자규모에 따라 송전선로 구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DC를 에너지다소비시설로 보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도록 당근과 채찍으로 여건을 만들어왔지만 단 1곳도 비수도권 이전사례가 나오지 않는 등 정책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부처별 파편적으로 정책을 마련함에 따라 종합적 차원에서 유인책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것도 요인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국무총리실 주재로 DC유치를 위한 별도 단지를 마련해 불확실성 없이 정부가 사업을 보증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맹영재 대표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산업은 정부가 강력한 육성정책을 펼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라며 “반도체는 국가전략산업으로서 관련지역에는 정부가 이유를 불문하고 전기와 용수를 공급하며 각종 세제지원 혜택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DC산업도 반도체산업 밸류체인에 속한 만큼 함께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라며 “대책마련이 늦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창근 위원장은 “국가 기반시설을 정확하게 예측해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클라우드, AI 등 인프라는 관련산업 발전양상에 비춰 국내 준비상태가 미진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DC산업을 둘러싼 외부요인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마냥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건설, 자재, 장비, 엔지니어링기업이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조언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헌혁 LG CNS 단장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지만 최근 일감이 감소한 것은 포스트코로나 이후 세계 곳곳의 전쟁 및 분쟁, 최근까지 이어진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등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규모로 과감한 선투자가 필요한 DC는 투자난이도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시장이 규제, 투자 등 우려사항이 많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는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시장은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며 IT기업 수요가 증가한다면 그밖의 규제나 외부적 어려움은 어떻게든 극복하고 투자할 것”이라며 “과거 글로벌 CSP가 투자를 확대해 DC산업이 성장한 이후 현재 AI라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 있는 상황이며 이는 클라우드에 비해 몇 배나 강력한 DC산업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헌혁 단장은 “최근 국내 투자가능성이 있던 자본이 동남아, 일본 등으로 흘러갔을 수 있으나 총체적인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므로 수요는 2~3년 후 다시 한국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관건은 그때 우리나라 업계가 준비돼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해외 전시회를 다녀도 국내기업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최근 DC가 AI수요로 성격이 전환되면서 구축디자인 및 운영시퀀스가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단장은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해 온 에어쿨링 솔루션기업이 변모해야 할 시기이며 새로운 기업에게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냉각기술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 수준을 확보한 만큼 2~3년 뒤 국내시장에 다가올 호황에 준비가 돼있는지 자문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고 LG CNS는 국내기업과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선봉에서 시장개척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니 스스로 밸류업에 집중해 좋은 제안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