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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명석 설비공학회 건축환경부문위원장(서울대 교수)

“감염등급별 음압병실 확보 시급”
콜센터 집단감염, 낮은 재실밀도 원인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직·간접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증진의 임무를 띄고 있는 기계설비산업은 이러한 감염병 전파를 억제하고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기계설비의 설치수준이 미흡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위험이 매우 크다.

구로구 보험사 콜센터의 집단감염은 서울시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사례다. 서울시의 요청으로 현장을 방문, 원인을 점검한 여명석 대한설비공학회 건축환경부문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교수)을 만나 전염병과 관련한 기계설비의 역할과 현장분석 및 개선방안을 들어봤다.

■ 전염성 질병과 기계설비의 연관성은
접촉감염(contact transmission) 측면에서 비말(droplet)감염이 있을 수 있으며 감염자로부터 나온 비말이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팬이나 환기장치 등을 통해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무생물전파(vehicle transmission)로서 결핵균 등의 공기감염(airborne transmission)도 팬이나 환기장치 등 공기반송장치를 통해 확산될 수 있다. 무생물전파 중 레지오넬라균과 같은 수인성 감염(waterborne transmission)은 건물의 위생설비 수계시스템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 집단감염이 일어난 콜센터 현장을 점검했는데
최근 건물들은 대형건물일지라도 냉난방시스템을 과거와 같이 중앙공조방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개별식 천장카세트형 EHP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환기시스템은 최소 외기공급을 위한 존별 개별식 전열교환환기장치가 많이 설치돼있다. 하지만 국내의 대부분 건물들은 비용문제 때문에 전열교환환기장치는 거의 가동하지 않고 있다.

최근 60여명의 집단감염을 일으켜 화제가 된 콜센터건물 역시 이와 동일한 개별식 냉낭방 EHP와 전열교환환기시스템이 각층 존별로 여러대 설치됐지만 환기시스템은 거의 가동을 하지 않아 각층의 존별 EHP만 운전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환기시스템을 통해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고 볼 수는 없으며 층별 환기시스템의 연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1층에서 대규모 확산이 일어난 것을 보아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콜센터건물은 건축적으로 재실자수가 상당해 설치된 환기설비에 의한 1인당 외기공급량이 10CMH 내외로 적고 그마저도 가동하지 않았다. 난방시즌임에 따라 EHP를 가동, 일부 감염자의 비말이 EHP팬을 통해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다.

재실밀도가 1인당 1평 이하로 비말감염을 위한 최소거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책상 간 파티션도 호흡선 이하 높이로 매우 낮으며 근무자들은 특성 상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을 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직원이 해당 층의 회의실과 휴게실에서 도시락 등으로 식사와 다과를 함께 하는 근무형태로 거의 가족과 같은 밀접접촉 형태였다.

특히 사무실 출입문과 근퇴관리시스템이 지문인식으로 돼있고 타인이 일한 자리에서 다음 근무자가 일하는 등 간접전파(indirect transmission) 측면에서 여러 가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 설비에 의한 감염 위험성은
과거 전층 또는 각층별 중앙식 공조에서는 교차오염 가능성이 클 수 있지만 최근 존별 전열교환환기장치는 교차오염범위가 최소화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전열교환환기장치의 전열교환 필터부분에서 교차오염이 가능하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며 이에 대한 누기와 교차오염 가능성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열교환필터보다는 현열교환소재필터가 좋을 듯하다. 또한 집단감염사태의 위험이 높은 기간에는 필터를 거치지 않는 바이패스 모드로 운전해야 한다.

대부분 건물에서 환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그마저도 가동을 안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EHP자체는 외기를 도입하는 환기장치가 아닌 실내공기를 순환시켜 냉난방하는 장치로 EHP 환기그릴(return grille) 하부에서 흡입을 통해 비말이나 공기감염균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방지대책은 수술실이나 음압병실에 쓰이는 헤파필터 유닛 등을 적용하는 것인데 비용이 많이 들고 별도의 환기장치를 연동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다. 이번과 같은 전염병 팬데믹(pandemic) 시기에는 전배기모드로 운전할 수 있는 환기냉난방장치를 고려하는 것도 한 가지 해결책이다.

■ 관련 의료시설 및 설비현황은
국내 음압병상은 2,0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볼 때 음압병상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음압병상 1개의 시공비용과 운용비용은 매우 크기 때문에 음압병상 역시 생물안전실험실(BSL: bio safety lab) 2,3,4와 같이 감염환자의 경증, 중증 여부에 따라 등급을 나눠 음압병상을 설치할필요가 있다.

음압병상은 기존 대형병원에 고정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있지만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는 지역에 이동식 컨테이너 혹은 조립식(모듈러)으로 설치와 운용이 간단한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연수원 등의 숙소를 간이식 음압병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드는 등 다양한 전염병 관리를 위한 병실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현재의 격리병상 수가 지역주민 및 인구수에 비해 적절한지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 후 관련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만일 병실수를 늘려야 한다면 현재와 같이 종합병원에 일부 격리병동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원내 교차감염을 피하기 위해 감염병 전용병원을 외곽에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전염병 유행시기에는 일반환자를 다루는 병원과 전염병 환자를 다루는 음압격리병원으로 나뉘어 운영돼야 한다.

중증, 경증 환자수에 따른 분석도 실시해 향후 경증 전염환자를 위한 집단격리시설로 전용이 가능한 다목적 호텔이나 콘도 등도 계획해야 하며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위한 전용병원과 후처리시설도 요구된다.

■ 제도 개선사항을 제언한다면
현재 다중이용시설, 상업용건물 등에서는 전염병예방에 대한 설계기준이나 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관련기준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병원의 원내감염 등에 대해서는 일부 규정과 내규 등이 있지만 더욱 확충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건물에서도 건축이나 설비적인 측면에서 세부적인 설계 및 운영가이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된 요양병원에서는 대부분 바닥에 좌식으로 침구를 깔고 환자들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비말입자가 바닥에 퇴적돼 바닥접촉으로 감염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신천지 회당의 경우에도 바닥에 앉아 집회를 하는 방식이 감염을 늘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따라 바닥난방을 하는 경우에도환자용 침대를 갖춰야 하며 병원의 환기설비 설치와 운영에 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EHP의 비말이나 공기전달 감염, 전열교환환기장치 전열교환소재의 교차감염 안전성, 전체 병원을 비롯한 건물에서의 기류와 감염예방, 전염병 팬데믹 시대에 따른 일반건물의 비상시 운전방안과 매뉴얼 등 제도적인 검토가 시급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전염병 등 헬스케어에 대한 문제는 에너지절약 등 어떤 이슈보다 가장 큰 이슈이므로 에너지비용 등의 이유를 들어 이러한 감염예방을 소홀히하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