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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은보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원장

“ZEB 확대, HP 이용 필수적, HP+축열조, 전력 안정화 기여“
바닥난방·급탕·냉방열 공급 일체형 HP 성능시험 진행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핵심수단으로 건축물 에너지효율 향상과 함께 난방용 에너지원 대체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난방에너지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를 대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따라 한전은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히트펌프 적용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히트펌프 자체 개발보다는 가정용 히트펌프 성능기준을 정립해 사용편의성을 증대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공기열 히트펌프 적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심은보 한전 전력연구원 원장을 만나 한전의 가정용 탈탄소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우리나라 가정용 난방 및 급탕분야 시장동향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바닥난방을 선호하고 있고 보일러도 이에 맞춰 사용되고 있다. 바닥난방의 경우 온수가 매설된 배관을 통해 난방수를 공급하고 그 복사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간난방보다 조금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역시 이와 같이 이용돼 왔으나 최근 온실가스 등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해외 동향과 같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환해 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등 신재생에너지이용이 높아지며 고효율기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히트펌프 이용은 필수적이다. 서울시 건물온실가스관리·평가제도 도입 역시 향후 냉난방에 히트펌프가 더욱 많이 활용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는 지열, 수열원보다는 설치가 용이한 공기열 히트펌프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전에서는 고품위 에너지인 전기(1차에너지→전기 발전효율 약 40%)를 난방열(전기→열 변환 효율 95%)로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에너지이용을 줄이고자 지난 2014년부터 심야전기 보일러를 대체하기 위한 히트펌프(축열식 히트펌프보일러)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시설 냉난방기, 농어업용 건조기 등 고효율기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히트펌프 시장규모는 2024년 약 4조원(29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보일러 연 130만대 수준을 고려할 경우 가정용은 2조7,000억원(19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연간 8.5%의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 현재 한전에서 진행 중인 히트펌프 관련 기술개발 현황은
국내의 히트펌프 제조사들은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전 세계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한전은 히트펌프 자체를 개발하기보다는 심야전기보일러대체 히트펌프 등 가정용 히트펌프 성능기준을 정립해 사용편의성을 증대하는 연구를 수행해 보급을 진행했다. 현재는 냉방, 난방, 급탕을 하나의 제품으로 공급하고 히트펌프가 전력수요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축열조를 포함한 시스템의 성능 표준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시험 중인 히트펌프는 낮은 GWP(지구온난화지수) 냉매를 이용한 공기열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연계한 시스템으로 물을 이용해 바닥난방, 급탕 및 냉방열을 공급하는 일체형 히트펌프다. 대전에 위치한 전력연구원에서 사전 성능시험을 진행해 기존 가정에서 사용되던 보일러와 에어컨을 대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수원, 광주 등 여러 지역에서 가정의 냉난방 및 온수사용패턴을 고려해 여름과 겨울을 포함하는 연간 실증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커 연중 꾸준한 효율을 유지하기 어려워 연간 성능평가기준을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1년 이상 실증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히트펌프시스템의 성능과 시험기준을 도출할 계획이다. 

 

 

 

■ 한전 입장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은
한전은 전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최우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합리적인 에너지소비를 위해 고효율기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공기, 수열, 지열, 폐열원 등에서 자연열을 효율적으로 흡수해  냉난방, 급탕 등에 재활용하는 시스템으로 투입 에너지대비 높은 에너지(2~5배)를 얻을 수 있는 고효율기기다. 한전은 동절기 심야전력피크 저감을 위해 히트펌프보일러 성능기준을 수립해 2014년부터 보급했으며 사회복지시설 냉난방기, 농·어업용 히트펌프 등 고효율기기의 설치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건물부문 탄소중립 수단으로 난방에너지의 전기화가 국내·외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IEA는 고효율 히트펌프를 활용한 전기 난방가구 비중이 2050년 전체의 5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계통접속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망의 실시간 수요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가정용 고효율 히트펌프-축열조시스템은 난방에너지 전기화와 수요관리에 모두 대응이 가능한 설비로 이번 연구를 통해 히트펌프 성능을 표준화하고 수요관리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전 국민이 탄소중립에 참여해 지구적 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 이후 전력거래제도가 기존 단방향(발전사만) 입찰에서 양방향(발전사·한전) 입찰로 개편됨에 따라 전력공급(발전)사와 수요(한전)에 의해 거래량과 가격이 결정될 예정으로 한전의 수요예측 및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수요예측에는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하게 되며 히트펌프-축열조시스템은 예측오차를 대응하기 위한 수요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히트펌프-축열조시스템은 2015년 첫 풍력발전 출력제어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성을 대비하기 위한 자원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 기존 시스템대비 히트펌프만의 경쟁력(차별성)은
하나의 설비로 공기, 수열, 지열 등 자연열을 이용해 투입에너지대비 높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것과 축열조를 이용해 (냉·온)열을 저장했다가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공기열 히트펌프의 경우 수열·지열원 히트펌프와 비교해 설치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사용가능해 보급에 용이하며 겨울철 혹한기 일부를 제외하고 연중 일정수준 이상 에너지효율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어진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 강점이 크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할 경우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온실가스 배출없이) 냉난방을 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도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등 건물 에너지 효율과 자립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냉난방설비 고효율화가 필수적이며 정부의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에도 히트펌프, 축열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관련 지원과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히트펌프 제작사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도 경쟁력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 국내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탄소중립 관점에서 우리나라도 국제기구 권고와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난방방식의 탈탄소화(전력화)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부터 탄소중립에 동참한다면 향후 본격적으로 난방 전력화 추진이 필요하다. 


국내 주거 특성상 공동주택 적용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지나 동 단위에서 적용 가능하다면 중앙냉난방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용할 수 있으며 가구 단위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면 개별 냉난방과 호환해 사용할 수 있다. 혹은 냉난방은 개별로, 온수는 중앙에서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적용방법은 다양하지만 히트펌프를 활용해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를 위해 기존 보일러대비 높은 히트펌프 가격 차액을 지원하거나 냉난방 이용요금을 에너지바우처로 지불하는 등 여러 제도적 지원을 고민해 볼 수 있으며 히트펌프시스템의 수요관리 자원 활용 시 참여량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요금의 경우 누진제가 가장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우선 냉난방에 사용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사용과 같이 누진을 제외한 요금제가 가장 좋을 듯 하지만 요금제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