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15일 예기치 못한 냉방부하 급증으로 전국적인 대규모 순환 정전사태를 겪었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정전은 국가적인 전력대란 위기까지 불러왔으며 이후 피크전력 분산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력수요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공공기관의 난방 및 냉방 온도 제한, 피크시간 네온사인제한, 판매시설의 출입문 개방 중 냉방 금지와 같은 절전 규제를 더욱 강화했으며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 시행으로 인식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불균형이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냉방 88%, 가스 및 집단 에너지냉방 12%로 전기 사용 의존도가 높아 정책적인 변화가 절실히 요구됐다. 정부는 가스냉방비율을 확대해 나가고자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스냉난방은 전력산업 측면에서는 하절기 냉방에 의한 전력피크수요와 전력예비율 하락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하절기 냉방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발전소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송배전설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전력요금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전력피크가 하절기뿐만 아니라 동절기에도 발생하고 있어 동·하절기 전력피크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GHP가 급부상했다.
정책 지원으로 보급 활성화
정부는 2011년부터 ‘공공기관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GHP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고효율 제품의 기술 개발 촉진과 보급 확대를 위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 획득 시 시설자금 융자 지원, 투자 금액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 공제, 조달 구매 시 우선 구매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건물의 가스냉방 설치 및 설계 시 정부 장려금을 지원 받을 수 있으며 매년 지원 금액이 확대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절약시설의 융자지원제도를 통해 가스냉방투자 시 자금의 80% 이내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으며 가스냉방 운영비 절감을 위해 가스냉방용 요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제적인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2012년 1,276대였던 검사실적이 2013년 2,875대, 2014년 4,282대, 2015년 5,219대, 2016년 6,898대로 증가추세에 있다. 다만 지난해 미지급된 장려금(약152억원)은 향후 GHP보급 활성화에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GHP시장 경쟁 가속화
국내 GHP시장은 2006년을 기점으로 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운전비 증가와 제품 성능 신뢰성 부족, 엔고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외산에 치중된 GHP시장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산 GHP 개발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2005년 상업화에 성공했다. 현재 국산 제조사로는 LG전자(당시 LS엠트론)가 유일했다. 국산GHP는 초기시장에서는 부진했으나 LG전자가 시스템에어컨기술 강점을 바탕으로 리뉴얼 GHP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면서 외산GHP에 잠식당한 시장이 국산과 외산 비율이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예상되는 국산과 일본 제품의 양자 구도 유지와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국토교통부의 ‘건축물설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강화로 GHP시장 확대 및 제품별 경쟁은 보다 치열해 질것”이라고 전망했다.
고효율기자재 ‘GHP’
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GHP보급 확대는 국가적인 관점에서 하절기 전력 수요의 피크를 감소시키고 하절기 가스 사용 증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며 “에너지원간 균형있는 발전과 국가에너지Mix 차원에서 바람직하며 전력수요의 최대치 감소에 가스냉방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효율기자재로 편입된 GHP는 실내를 쾌적하게 하는 공기조화를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엔진에 의해 증기 압축 냉동사이클의 압축기를 구동하는 히트펌프식 냉난방기기(가스히트펌프)로 정의하고 있다. 정격 냉방능력은 23kW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효율기자재로 편입 당시 GHP의 고효율기자재 인증 필요성(배경)에 대해 에너지공단은 △우수한 냉난방 효과 및 에너지절감 가능 △설정온도 도달시간이 짧아 예열운전이 불필요해 냉난방 속도 빠름 △낮은 대기온도에서도 냉난방 능력 일정 △인버터 운전방식 채택에 따라 실내온도에 따른 실외기 운전제어로 가스소모량 절감 △기기 수명이 길고 유지보수 편리 등으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실외기 1대에 실내기 16대까지 설치가 가능해 공간활용 극대화를 통한 효율적인 공간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냉매배관이 최대 100m까지 연결이 가능해 다양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고 냉난방 장치를 각각 설치하는 것보다 설비비용이 낮으며 실내기 소음 30~50dB로 냉난방기기 중 최저소음이라는 장점이 있다.
2016년 12월31일 기준 고효율인증은 △LG전자 △삼천리ES △삼성전자 △코런서비스 등 4개 업체가 38개 모델에 대해 받았다.
인증을 받기 위한 모듈화 시험은 실외유닛을 기준으로 모델 유닛의 조합으로 대용량 모델이 정해질 경우 각각의 모델 유닛의 합산으로 진행된다. 모듈화 시험 시 조합모델 각각이 인증기술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모델 유닛의 시험결과를 합산해 산술평균하고 있다. 가령 25kW급 모델 유닛 1기와 23 kW급 모델 유닛 1기를 조합해 총 48kW급 모델을 시험할 시 각각의 25kW급 모델과 23kW급 모델의 시험결과를 합산해 산술평균하는 것이다. 모듈화는 실외유닛의 기술이 같은 경우에만 한하며 실외유닛의 기술이 서로 다른 경우는 각각 독립적으로 시험을 실시했다.
인증기술기준은 냉난성적계수 1.2 이상, 난방성적계수 1.4 이상, 한랭지성적계수 0.9 이상을 받아야 하며 각각의 성능요구상항, 기밀성능 등을 만족해야 한다.
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도입 후 보급현황을 보면 국산제품 성장이 이뤄졌으며 현재 국산제품의 점유율이 약 48%로 추산된다”라며 “상업용 건물 및 교육용 건물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설비증설에 대한 추가 전력공사 없이 사용할 수 있어 건물 개보수공사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GHP적용범위가 냉방능력 기준으로 최소 6~7.5kW급에서 최대 85kW급까지 수입되거나 제조, 판매되고 있으며 에너지공단의 고효율기자재 도입과 한국가스공사의 장려금 제도 도입이후 약 23kW급 이상 GHP가 우선 보급되고 있다.
내년부터 GHP에 대한 효율측정기준이 기존 COP에서 IPLV 등 부분부하 성능계수를 표시할 수 있는 측정방법으로 바뀐다. 이는 기기특성상 정격효율인 COP의 경우 효율이 떨이지고 부분부하 상태에서 효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장의 실제 운전패턴이 부분부하 운전상황이 많아 기존 COP방식에서 GHP의 성능특성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성능지표로 변경해 수요자의 성능지표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에너지공단의 방침이다.
업계가 바라는 제도 개선 방향은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23kW 이상으로 돼 있는 고효율기자재 인증대상 용량범위에 대해 14kW 이상으로 확대를 원하고 있다.
현재 GHP의 용량별 종류는 냉방정격기준 △14kW △18kW △22.4kW, △28kW △35.5kW △45kW △56kW △71kW △85kW 등 소형부터 특대형까지 판매되고 있으나 현행 기준으로는 소형기기인 14kW, 18kW, 22.4kW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의 관계자는 “소형기기는 빌딩 등 대형 현장 중 커뮤니티 사용 구간(소형상가, 점포, 경비실, 관리실)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이 가능”이라며 “EHP 및 에어컨 등이 전기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30~40평 규모의 시설 등에 사용이 가능해 고효율기자재 지정 시 보다 많은 수요처 발굴이 기대돼 국내 가스냉난방 보급 확대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GHP 냉난방 응용기기에 대해서도 고효율기자재 대상 범위 확대를 원하고 있다. 냉매식과 수열원을 혼합한 GHP 칠러형식의 제품도 출시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양한 응용기기에 대해 인증범위를 확대할 경우 가스보급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GHP 칠러는 EHP 칠러 및 흡수식냉온수기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냉난방공조용 이외에도 공장 등 공정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라며 “현재 GHP 고효율기자재 기준으로는 GHP칠러가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GHP칠러용 고효율 기준을 제정한다면 GHP시장 확대 및 최근 EHP칠러로 교체되는 현장에서 가스수요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