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설계협회와 한국설비기술협회 통합이 의결된 가운데 향후 통합협회의 역할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기계설비업계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4차 산업혁명, 감염병 위기 등 새로운 의제에 기계설비가 핵심임을 인지하고 새로운 시대에 기회를 포착, 이를 소화해 업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계설비업계가 힘을 모아 더 큰 역량을 갖고 정책적‧기술적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정단체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유관단체 통합으로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통해 책임설계‧시공‧감리 실현으로 업계를 선진화하고 기계설비업계 업역구분을 넘어선 첨단융복합산업으로의 도약 필요성도 제기됐다.
HVAC KOREA 2024 부대행사로 5월22일 설비설계협회, 설비기술협회가 주관해 개최된 ‘설비단체 통합포럼’에서는 협회통합 취지와 배경,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박진철 건축학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설비설계협회는 1967년 창립했으며 설비설계협회는 1973년 기계설비부문위원회로 창립한 후 2016년 명칭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라며 “그간 두 단체가 나름의 방식으로 운영해오면서 기계설비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견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설환경이 어려워지며 두 단체의 업무중복성, 유사성을 고려해 통합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두 단체의 통합은 기계설비 발전에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믿는다”라며 “탄소중립, 제로에너지로의 전환이 사회적, 정책적으로 가속화되는 시점에 두 단체의 통합을 통해 4차산업혁명, IoT, 디지털트윈 등 인간의 생존과 기계설비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기계설비가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계설비관리기본법’ 제정 필요성 제기 강기호 설비기술협회 전임회장은 ‘기계설비 기술단체 통합과 비전’을 주제로 발제한 자리에서 “10년 전 설비기술협회, 설비설계협회, 기계설비기술사회 등 3개 단체 통합을 주창한 이후 최근 2개 단체가 통합에 결의해 앞으로 기계설비 기술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단체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룰것인지, 또한 어떻게 해야 기술발전으로 제대로 연계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설비공사는 건설공사 중 22%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건축공사 46%에 이은 두 번째이며 전기(13%), 통신(8%)을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약 36조원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며 1만여개 업체에 55만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건축물 에너지소비량 중 기계설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1%이며 이는 연간 약 25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기계설비가 건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과 국민의 건강‧안전‧행복 증진을 위한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이 인정돼 건설산업을 첨단 유망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기계설비법이 제정됐다.
기계설비법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계설비산업 육성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전문인력 양성, 해외시장 개척을 도모하며 기계설비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대한 기술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기계설비법에 근거해 2021~2025년을 계획기간으로 마련된 제1차 기계설비 발전 기본계획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기계설비산업 기반구축’을 비전으로 삼아 △제도적 지원기반 구축 △기술혁신 기반 경쟁력 강화 △시장개척 및 일자리 창출 등을 3대 전략으로 수립했다.
강기호 전임회장은 “기본계획 마련 후 4년차에 들어섰음에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실현이 잘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실현을 대비해 기본계획에 담긴 내용을 사업에 잘 활용하길 바라며 이를 잘 수행토록 업계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계설비법에 담긴 기술기준, 관리제도는 △착공 전 확인 △사용 전 검사 △성능점검 등 3가지가 핵심이다. 그간 기계설비는 인허가 시 부하계산 후 장비일람표, 계통도, 장비배치도만을 첨부해왔다. 이는 건축, 전기, 소방분야에서 상세도면을 포함한 모든 도면이 첨부되는 것에 비해 미흡한 것이며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 왔음을 의미한다.
기계설비법 시행 이후에는 지자체장이 착공 전 기술기준, 설계도서 적합여부를 확인하게 되며 사용 전 기술기준과 시공부문 적합여부를 검사한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 등 처벌이 가해진다.
문제는 기계설비법을 통해 기술기준은 마련됐지만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를 준수할 기반과 여건이 마련돼야 하며 실제로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계설비기술관리법(가칭)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기호 전임회장은 “기계설비법을 통해 나름대로 기준은 만들었지만 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도, 기계설비업계도 제대로 갖춰놓지 못한 상태”라며 “기계설비법이 만들어졌으면 기술기준과 함께 기계설비기술관리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계설비관리법은 위드코로나시대, 탄소중립시대,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기계설비산업의 위치를 인지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책임설계‧시공‧감리를 위한 수행주체를 규정하도록 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계설비 설계‧시공‧감리를 담당하는 전문기업을 법‧제도적으로 보장하며 근무환경을 개선토록 해 우수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토록 하는 내용도 담겨야 한다. 이와 함께 기계공학과, 건축공학과, 건축설비과, 첨단공학과 등 유관분야 인재양성교육으로 과학기술인력 육성에 대한 내용도 필요하다.
강기호 전임회장은 “첨단공조기술이 요구되는 시대에 기계설비의 역할증대와 시장확장이 예상되지만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지속가능한 토대를 만들어야 업계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라며 “기계설비산업 터전을 제대로 갖춰 전공자들이 졸업 후 10년 내 기술사가 될 수 있는 실력기준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하며 1인당 연봉 1억원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놓지 않으면 다가오는 시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통합에 찬성한 2개 단체 외에도 기계설비 관련 많은 단체를 통합관리해 업계 발전을 위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라며 “이후 통합된 단체를 국토교통부 기계설비기술 법정단체로 승인받아 설계‧시공‧감리 분절없는 기술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기호 전임회장은 또한 “이를 토대로 건설산업을 선도하고 모든 생산을 공업화해 설계‧시공까지 제조업화되는 설비건설로 융복합함으로써 기획, 설계, 커미셔닝을 거쳐 BEMS까지 연결되는 일관된 기술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기계설비기술관리법이 반드시 제정돼 책임설계‧시공‧감리체계 구축과 법정단체로서의 기계설비기술인협회를 설립한다면 회원수 15~20만에 이르는 큰 단체로서 힘을 갖춰 설비건설을 제대로 융복합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통합 확대해 첨단기술융복합 앞장서야” 한목소리 발제에 이어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연창근 단체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박종찬 설비기술협회 회장 △김철영 설비기술협회 전임회장 △박진철 건축학회 회장 △강기호 설비기술협회 전임회장 △오양균 계룡건설 상무 △조춘식 단체통합추진 부위원장 △이수연 설비설계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수연 설비설계협회장은 “기계설비는 탄소중립 실현, 국민건강‧안전‧행복 향상의 핵심기술로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빅데이터, 디지털, AI로의 대전환을 포함한 기술융복합 구현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설비설계를 전통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설비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서 현재는 제조‧시공‧유지관리‧리모델링까지 설비산업 전체를 다루는 융복합기술의 출발점에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모든 설비기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일례로 BIM만 보더라도 흔히 아는 3D개념은 벗어난지 오래이며 공정변경, 에너지분석, 친환경 강화, 유지관리까지 7D까지 진행돼 4차 산업혁명시대 건설산업 전과정에 걸친 첨단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수연 회장은 또한 “이는 결국 기계설비산업은 시공, 제조, 유지관리까지 전부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묶인다는 의미이며 이를 이해한다면 설비기술인들이 힘을 모아 더 많은 힘을 가져야만 건설산업 전과정기술이 융합되는 기술체계의 구축이라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설계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분야가 뭉쳐 앞으로 나아가야 조금이라도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우리의 목적을 위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찬 설비기술협회 회장은 “기술협회와 설계협회는 회원활동, 주요업무가 중복돼 단체간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사무실운영 및 직원관리 등 비용적으로 이중부담돼 자원낭비와 회원피로도 증대, 회비 중복지출 등이 문제가 됐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회원들은 통합에 찬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통합단체로서 협회위상을 재정립하면서 설비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철 건축학회 회장은 “성공은 우연히 오지 않으며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라며 “기계설비산업이 지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기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과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2년 신설된 국토부 녹색건축과에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했으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환기를 비롯한 기계설비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라며 “2018년 기계설비법 제정은 일찍부터 토대를 닦았던 노력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박진철 건축학회 회장은 “현재 기술협회와 설비협회 통합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서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단체의 통합을 통해 기계설비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철영 설비기술협회 전임회장은 “사회적인 집단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미시적인 분야를 파고드는 단체가 유리할 경우도 있고 거시적인 분야를 아우르는 단체가 유효할 경우도 있다”라며 “기계설비단체는 경제규모나 효율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내경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양 단체 구성원 60% 이상이 중복가입돼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큰 틀에서 설립목적이 동일하므로 통합이 타당하다고 본다”라며 “다만 설비단체의 법적 통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목적을 두고 추진할 것인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영 회장은 또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관련 법개정을 통해 기계설비가 실질적인 권익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기계설비산업 발전을 위한 목소리는 한층 강화하되 단체운영 효율성‧경제성 제고, 기계설비 기술인 역량결집을 위한 조직활성화, 탄소중립 및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신기술‧융합기술 혁신 등 3가지를 강조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오양균 계룡건설 상무는 “단체통합 이후 건설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협회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건설현장에서는 기계설비 성능검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 전 확인이 정리되지 않아 지자체마다 방식이 다르며 인허가담당자 중 기계분야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시공사 설계 인허가 통과 시 설비기술기준에 대한 불합리성 개선과 원가절감 차원의 비용개선이 가능한 기술, 효과적‧경제적 신재생에너지 적용 등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양균 상무는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설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 활성화돼야 하며 인적자원, 물적자원을 확보해 기계설비업계 기술강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건설산업에 하이테크 융복합이 화두지만 기계분야는 별로 없는 상황이므로 신기술‧신공법 개발을 강화하고 인증통합을 통해 건설산업의 하이테크 융복합 트렌드에 부합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상무는 “기계설비의 역할수행과 사회적 위상확립을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며 업계 여러 단체가 연이어 통합해 위상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춘식 단체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은 “통합협회가 법정단체로 구성‧등록돼야만 힘을 얻을 수 있으며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할 수 있다”라며 “법정단체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력관리, 자격관리부터 실적증명 등이 가능해지며 법적 구속력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건축사협회의 경우 막강한 재정력과 행정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정단체로서 건축사법에 의한 독점단체로 분명히 구성돼있다”라며 “현재 기계설비건설협회가 법정단체로 등록됐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법정단체로서 기계설비법에 따른 법정단체는 없는 상황이므로 법정단체로 이어질 수 있는 통합협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