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마음 편치 않는 건설·설비산업은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생각보다 시원치 않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그린모델링 사업을 활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도시로 이주했다. 특히 큰 대도시인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몰리다 보니 건물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게 됐다. 대도시로만 인구가 집중되자 주택이 부족해 집값이 상승됐고 정부는 대도시 주변인 성남, 안양, 부천 등에 위성도시를 건설해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다. 현재 수도권에 있던 기관들은 대부분 세종, 대전 등에 이전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지방이전으로 건축시장이 활성화되나 싶었지만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현재 먹거리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살피고 있다. 건축시장은 크게 신축시장과 개축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사실상 신축건물에 대한 건설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최근 저유가, 조선경기 침체 등 많은 악재들이 국내 건설시장을 압박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1,800만가구 가운데 58%인 1,044만가구가 지은 지 15년 이상 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892만여가구)의 48.6%가 15년 이상 지난 상태다. 이런 노후된 아파트의 에너지사용량은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되는 추세이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준공한 지 30년 안팎이 지나면 재건축 등이 가능하지만 이 모든 노후건축물을 재건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 흐름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대비 37% 감축을 선언하며 산업, 건물, 수송 등 사회 전반의 에너지사용 DNA를 개조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중 많은 에너지가 새어나가고 있는 노후 건축물대상으로 개선을 위해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그린리모델링이란 쾌적하고 건강한 거주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낮춰 기존 노후된 건축물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LH에서 추진하는 정책사업이다.
민간부문을 선도하기 위해 먼저 공공부문에서 오래된 건축물을 그린리모델링함으로써 재실자의 쾌적성과 노후화로 인해 낮아진 건물에너지성능을 높이는 등 녹색건축물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녹색기조를 민간분야로 확대시키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그린리모델링 민간 이자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리모델링 과정 중 에너지성능개선에 관련된 부분에 대한 민간금융을 활용할 경우 정부가 대출이자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최대 4%의 이자를 보조해준다. 단열보완, 기밀성 강화, 외부창호 성능개선 등 외피단열 성능향상이 필수적이고 고효율냉난방설비, LED, BEMS 및 신재생에너지 사용과 같은 에너지개선분야도 지원이 가능하다.
그린리모델링으로 거주자, 재실자의 거주환경이 개선되고 냉난방 비용절감, 건축물 가치가 상승되며 온실가스가 절감될 수 있다. 또한 관련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고용유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자·건축주 사업 관심, 글쎄?
국토부의 그린리모델링사업 초기에는 많은 건축, 설비업계가 관심을 보였다. 종합건설업체, 컨설팅 및 엔지니어링업체, 건축설계업체, 건자재업체, 금융 및 부동산업체는 그린리모델링사업이 침체된 건설시장의 돌파구로 생각해 대기업, 중소기업은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그린리모델링 예산은 2014년 44억원, 2015년 52억원, 올해 2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이 넘도록 예산이 줄었다. 국토부는 2017년 그린리모델링 관련예산을 약 30억원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홍보 부족으로 예산을 소진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건물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린리모델링 참여 시 서류, 개인정보 등 준비해야할 절차가 복잡해 진행이 더디다는 점과 낮은 혜택을 이유로 고객에게 사업을 추천하지 못한다며 업체간 의견도 상충한다.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의 창호, 유리 교체 등 비교적 소규모 금액에 대한 이자지원은 가능하지만 상업·업무용 등 비주거용 건물 리모델링처럼 공사비가 100억원이 기본으로 넘어가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 정부의 8억원 예산으로는 이자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후 건축물을 보유한 건물주는 국가와 인류를 위한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거창한 대의에는 관심이 없다. 건물 유지비용을 줄이고 재실률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 중 리모델링이라는 방법이 있는데 과연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실시할 만한 사업적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을 받게 되면 5년 이내에 대출을 갚아야 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그린리모델링 대출금액을 갚는다는 것은 매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5년 뒤엔 다른 은행의 대출로 갈아타야하는 경우가 발생해 그린리모델링으로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들은 상환기간을 5년이 아닌 10년으로 늘리면 건축주의 관심을 끌어 그린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진입여부…업체별 ‘희희비비’
그린리모델링사업은 창호, 단열을 중심으로 그린리모델링 시장을 선도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외 기계설비,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소외된 업체가 대부분이다.
기계설비업계의 관계자는 “그린리모델링의 미래를 보고 투자해 그린리모델링 사업팀도 만들었지만 민간부문 비주거, 대형 건물 적용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리모델링 실적은 확실히 올리고 있지만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실적은 한 건도 못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린리모델링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활성화되지 않았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은 소득이 나오지 않아 잠정 중단하거나 일부 업체는 ‘그래도 해보자’라는 믿음을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별로 다양한 양상을 띠고 움직이지만 결과적으로 일반가정의 소규모 그린리모델링 유도에만 성공한 셈이다. 비주거분야를 움직이는 데는 실패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편파적으로 일부 창호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건물에너지절감…작은 단위서 시작
그린리모델링의 기본은 건물 사용자의 쾌적성 확보와 건물에너지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열, 창호, 조명, 기계설비 등 다양한 관련산업이 존재한다.
건물에너지저감은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된다. 건물내부 곳곳으로 에너지를 보내는 밸브의 성능과 제어가 에너지절감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설비의 최적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노후된 환기장치는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배출할 때 실내의 냉난방에너지가 함께 배출돼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전열교환기를 이용, 버려지는 실내 냉난방에너지를 다시 회수하면 신선한 공기와 함께 공급해 쾌적한 환기와 함께 에너지절감 효과가 배가된다.
또한 건물 생애주기를 분석해보면 냉난방설비를 포함한 설비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린리모델링이라는 수면아래 있는 부품과 설비, 단열산업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건물에너지절감과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관리, ‘BEMS’로 해결
단순히 그린리모델링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에너지누수만 해결한다고 끝날 것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목표가 존재하고 건물에너지 비용절감에 따른 사용자 이득을 감안하면 유지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사후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BEMS다. 그린리모델링 시 계획했던 에너지절감량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이론적 수치일 뿐이다. 공사시행 전에 목표했던 절감량을 실제로 달성했는지는 BEMS를 통해 산출할 수 있다.
전기, 가스, 에어컨, 보일러 등 건물의 다양한 에너지소비 요소 중 어느 부분에서 에너지가 얼마만큼 사용됐는지 알아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BEMS를 회사운영과 비교해보면 재무제표를 산출하는 과정과 같다. 재무제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기업은 방만한 운영으로 불필요한 지출이 계속될 것이고 이를 시정할 방법과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결국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건물에너지절감을 BEMS 등과 같은 사후관리 방안과 결부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미래, 그린리모델링에 달리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2015년 기준 소비패턴의 변화는 은퇴를 했거나 준비 중인 세대의 소비 증가로 레저성 지출, 주택용 설비재료 및 리모델링 공사 지출이 높다.
2020년부터는 일본 인구구조 연령중심이 70~80대가 됨에 따라 이들의 주택리모델링 건축설비 및 HVAC시장 트렌드 변화가 예상돼 일본에서는 리모델링과 관련된 업체가 활성화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해 에너지비용과 쾌적한 환경으로 거주자와 재실자를 사로잡을 그린리모델링으로 건축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주거로만 치우친 정책이 아닌 비주거, 대형건물도 리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린리모델링은 건축물을 보수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그로인한 파급효과는 에너지절감을 시작으로 온실가스 저감, 고용창출, 건설·설비업계의 재부흥, 지구환경 개선까지 전지구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 위해 파리에 모인 이유도, 그린리모델링의 궁극적인 목표도 온실가스를 감축시켜 지구온도 1.5℃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다음세대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이므로 건물에서는 그린리모델링으로 기후변화를 막는데 한발 더 다가서며 동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