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그린뉴딜정책이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2025년까지 대규모 정부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에너지·건축·기계설비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건물부문 에너지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적용 등 온실가스 감축시장은 정부정책 및 예산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기업입장에서는 정부가 주도해 추진하는 수십조원대 그린뉴딜사업에 얼마나 진입할 수 있느냐가 향후 그린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물·도시분야 총사업비 36조원
정부는 7월14일 한국판뉴딜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그린뉴딜부문에서 2022년까지 32조5,000억원,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중 국비로는 2022년까지 19조6,000억원, 2025년까지 42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린뉴딜정책은 2025년까지 △도시·공간·생활인프라 녹색전환(12조1,000억원) △저탄소·분산형에너지 확산(24조3,000억원)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6조3,000억원) 등 크게 3가지 세부과제로 추진된다.
이와 같은 예산은 대부분 한국판뉴딜 10대 대표과제를 통해 투입된다. 10대 대표과제에 포함돼 2025년까지 추진되는 건물·도시부문 그린뉴딜 주요사업은 △그린리모델링(5조4,000억원) △그린에너지(11조3,000억원) △그린스마트스쿨(15조3,000억원) △스마트그린산단(4조원) 등이다. 전체 사업규모로 보면 건물·도시부문에서 총 36조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1년 예산안도 그린뉴딜분야에 총 8조원이 편성됐다. 10대 대표과제를 중심으로 내년 예산을 살펴보면 △그린리모델링 7,000억원 △그린에너지 1조3,000억원 △그린스마트스쿨 1,000억원 △스마트그린산단 7,000억원 등이 편성됐다.
내년 그린뉴딜예산 8조원 편성
먼저 그린리모델링사업은 공공부문 건물에 대해 선제적으로 제로에너지화를 추진함으로써 민간건물로 에너지효율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된다.
대상은 △15년 이상 공공임대주택 22만5,000호(태양광·단열재) △노후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 2,170동(설비·자재·태양광) △박물관·도서관 등 문화시설 1,148개소(설비) △세종·과천·서울·대전·춘천·고양 등 정부청사 6개소(단열재·EMS) △정수장·하수처리장·쓰레기매립장 등 환경기초시설 300개(신재생에너지) △저탄소에너지고효율 건축기술·사후관리시스템 개발(R&D) 등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올해 1만300호에 우선 추진해 360억원이 소진된다. 영구임대단지는 8곳 총 300호가 모두 착공했으며 매입임대주택 1만호는 순차적으로 착공된다. 내년에는 8만2,000호를 대상으로 3,540억여원이 투입된다.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 리모델링은 올해 900여동에 2,276억원을 투입한다. 9월15일 기준 총 789건이 선정됐으며 연내 공사완료를 목표로 추진한다. 내년에는 1,085동을 선정해 약 2,200억여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그린스마트스쿨은 2025년까지 2,835동 이상을 대상으로 추진하며 국비·교육교부금 등 재정투자와 임대형 민자방식을 병행한다. 올해까지는 대상현장 선정, 계획수립 등이 이뤄지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개시돼 민자사업 포함 총 715동 건축물에 대해 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그린리모델링, 그린스마트스쿨 등 산업은 건축물에너지효율화 설계·인증이 적용되며 단열재·창호·열교·기밀등 패시브요소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고효율 냉난방·환기·BEMS설비를 비롯해 태양광·BIPV 등 신재생에너지도 적용된다.
LH의 관계자는 “공공부문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은 발주가 지자체를 통해 이뤄지며 적용 아이템에 대한 선정 역시 지자체의 권한”이라며 “LH는 설계지원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 및 지역별 그린리모델링사업 마스터플래너(MP)에게 제공했으며 시공지원 가이드라인은 10월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그린스마트스쿨에 대한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이전에 대상지선정, 요구성능, 개선계획 등이 확정될 것”이라며 “아이템 선정의 경우 공사기간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며 관건은 에너지성능, 공간구성, 온실가스 저감 등으로 특히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중앙제어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에너지사업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대규모 R&D·실증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며 설비보급도 확대된다. 2025년까지 총 사업비 11조3,000억원 규모이며 2022년까지 4조5,000억원 규모사업이 우선 추진된다.
내년에는 정부예산 1조3,000억원이 투입돼 △3GW급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지발굴 및 관련 기술·부품 개발지원센터 구축 등에 145억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 보조·보증·융자지원 확대에 1조원 △수소생산·활용 전 주기 원천기술개발 및 수소도시 3곳(울산, 전주·완주, 안산) 조성에 770억원이 사용된다.
스마트그린산단사업은 산단을 디지털기반, 에너지고효율, 저오염 등 스마트·친환경 제조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사업비 기준으로 4조원, 2022년까지 2조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총 7,000억원의 정부예산이 배정됐다. 140억원을 투입해 7개 산업단지에 ICT기술을 활용한 에너지통합관리시스템(EMS)을 구축하며 스마트생태공장 30곳, 클린팩토리 250곳 구축에 441억원을 투입한다.
산단 EMS구축사업의 경우 올해까지 △반원·시화 △창원 △남동 △구미 등 스마트선도산단에 대해 6차례의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지원사업이 추진됐다. 지원규모는 △1차 21억4,000만원 △2차 17억320만원 △3차 3억5,660만원 △4차 8억6,100만원 △5차 2억9,300만원 △6차 1억9,992만원 등이다.
법·제도정비 뒤따라야 냉난방공조, 신재생에너지, 녹색건축업계는 그린뉴딜정책을 통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는 것에는 환영하지만 예산투입이 실제로 ‘그린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린뉴딜사업은 대부분 프로젝트성 예산사업이어서 이를 민간으로 확산하고 자생적인 그린경제 생태계 조성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친환경컨설팅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그린뉴딜사업을 단기과제로 추진해 경제회복을 이끌고 중장기적으로 법·제도정비뿐만 아니라 R&D사업과 연계,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그린경제산업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에너지요금제 개편 △의무화 확대 △민간 직접지원금 개시 등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일각에서는 그린뉴딜사업이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시행사, 건설사, 대기업 등의 배만 불리고 수많은 장치·자재·설계·컨설팅 등 중소기업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환기장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입찰제, 저가경쟁, 하도급 등을 구조적으로 해소하지 않고 기존 발주체계를 따른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중소기업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경쟁력·기술력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생태계는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중심 적정가 발주제도, 시행사·건설사를 거치지 않는 직접·분리발주 등 기존 제도와 다르더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가 글로벌 화두인 상황에서 유럽·미국 등 선진국들이 그린산업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미래 경제구도가 녹색·저탄소·친환경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하는 만큼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위해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확실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2025년까지 73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그린뉴딜사업에 이어 그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법·제도정비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