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서경대학교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및 실내공기질분야에서 다수의 정부 연구과제와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내공기질 개선과 조리환경 관리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환경부 지정 환경보건센터 센터장과 생활 및 산업환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며 실내공기질 개선연구와 현장적용을 포괄하고 있다.
최근 다중이용시설 내 조리흄의 유해성 분석과 이에 따른 관리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를 주도하며 정책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호현 교수를 만나 조리흄 관리대책 현황과 기술발전 동향을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 조리흄 관련 현행법안의 한계와 개선점은
2023년 강득구 의원이 학교급식 종사자 산업재해 예방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책적 개선논의가 꾸준히 있어왔다. 해당 법안은 학교급식 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중요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안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교구성원 및 조리를 담당하는 조리원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하며 지속적인 교육과 조리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지원이 필요하다.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유해물질 규제가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하며 각 시설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실행이 필요하다.
또한 법안이 단순히 관리에 그치지 않고 오염발생원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환기·배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조리시 발생가능한 직접적인 가스상 및 입자상 유해물질의 센서기반 IoT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조리시 실시간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정보습득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해물질 인지 및 저감노력 등 인지기반 유해물질 노출저감 및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예방적 조치를 통해 법안이 학교급식 종사자의 건강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 조리흄규제 현장적용이 미흡한 이유는
현재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조리시설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리흄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 특히 대형 다중이용시설에만 관리의무가 부여되고 소규모 음식점 등은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환기·배기의무를 분진에만 한정하고 있어 조리흄은 포함되지 않으며 조리흄에 대한 건강위험을 고려한 구체적인 규제는 부족한 실정이다. 학교보건법에도 급식시설의 공기질 유지기준이 있지만 조리시설의 특징을 고려한 세부적인 관리기준은 명시되지 않았다. 현실적인 관리 한계점은 분명히 있기에 구성원의 인식과 조리원의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과 인지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급식시설 특성에 맞는 오염물질을 관리하기 위해 효율적인 환기 및 배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등 공기질 관리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 조리흄 특성을 고려한 세부관리기준 필요성은
조리흄의 주요 구성은 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HCHO), CO, CO2 등이며 이는 다중이용시설의 실태조사 결과에 포함되는 물질이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조리흄의 구성에는 CO, PM2.5, HCHO,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순으로 질량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AHs는 적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PAHs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이러한 물질은 노출량이 극히 낮더라도 암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분명히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비흡연 여성의 폐암발생 원인으로 조리흄 내 미세먼지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으며 PAHs의 상당수가 초미세먼지(PM2.5) 등에 흡착되므로 PM2.5 저감조치를 통해 PAHs노출도 함께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PAHs 측정은 수백만원대의 분석비용이 소요돼 이는 다중이용시설 관리자에게 큰 부담이 되므로 현실적으로 측정기준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
■ 해외 조리흄 대책 중 모범사례는
뉴욕시의 경우 2021년부터 뉴욕시 환경국의 인증을 받은 저감시설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기준에 따르면 저감시설은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를 75% 이상 저감할 수 있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상업적 고기구이에서 조리형태와 육정을 모두 고려한 26종의 배출계수를 제시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배출원의 고려뿐만 아니라 배출계수의 정교한 세분화가 필요하다.
또한 중국의 경우 음식적 규모에 따라 최대 허용 배출농도와 최저 저감효율을 규정했으며 도심의 건물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최대 허용 배출농도는 2mg/m3로 제한된다.
에콰도르의 경우 NECP(국가 효율적 조리 프로그램)를 통해 조리기구를 가스스토브에서 전기인덕션으로 교체해 연간 CO2 배출량을 1.8t 줄이고 정부는 LPG보조금을 매년 약 11억6,000만달러 저감한 성과가 있다.
이러한 해외 연구성과와 정책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조리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 현재 조리흄 관련 국내 기술수준은
국내에서는 음식점, 학교급식소 등 다중이용 조리공간을 중심으로 조리흄 배출저감을 위한환 기설비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교육부, 서울특별시 등은 최근 ‘단체급식시설 환기기술 지침’을 마련해 국소배기(후드)와 전체환기를 설계기준으로 포함했다.
△그리스 필터 △활성탄 흡착 △전기집진장치 등 다양한 여과·저감장치가 조리시설에 적용되고 있으나 다중이용시설 특성상 설치비용, 공간, 유지관리의 한계로 보급과 성능의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환기설비와 관련된 KS나 인증기준(KS C 9314 등)은 일부 존재하지만 조리흄 특화기준 및 인증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조리흄 특성에 적합한 집진·흡착기술 연구를 확대해 유해성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설치·운영비용과 유지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조리시설에 실시간 측정기기 보급과 데이터활용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탄소중립시대에 맞게 에너지효율, 친환경기술과 연계한 저감장치 개발 및 보급도 필요하다.
■ 급식실 외 조리흄 설비설치가 필요한 시설은
대형음식점, 패스트푸드 체인점, 호텔 레스토랑 등 조리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며 책임소재가 명확해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학교는 급식실이 분리돼 있지만 사설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시설내부에 조리공간이 함께 위치해 실질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급식종사자는 물론 아이들도 조리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024년 한국환경공단에서 진행한 ‘다중이용시설 요리매연 발생확인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18개 시설군, 34개 시설수 내 실내공기질 유지·권고기준 10항목 및 센서형 측정항목 4항목을 측정 및 분석한 결과 실내공기질 관리기준은 모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항목으로 측정될 수 없는 조리흄에 영향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 이뤄진 환기설비 개선사업이 어느정도 실질적 효과를 거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