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4 (금)

  • 맑음동두천 16.4℃
  • 맑음강릉 12.3℃
  • 맑음서울 17.7℃
  • 맑음대전 19.4℃
  • 맑음대구 15.8℃
  • 맑음울산 14.4℃
  • 맑음광주 19.9℃
  • 맑음부산 16.8℃
  • 맑음고창 19.3℃
  • 맑음제주 14.8℃
  • 맑음강화 15.8℃
  • 맑음보은 17.1℃
  • 맑음금산 18.5℃
  • 맑음강진군 18.1℃
  • 맑음경주시 13.9℃
  • 맑음거제 15.8℃
기상청 제공

[인터뷰] 송두삼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

“ZEB 운영단계 성능검증 필요… TAB·커미셔닝 의무화해야”
기계설비 기준강화·고효율 설비기술 개발 선행돼야

송두삼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건축물 GR사업’을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인 ‘공공건축물 GR 얼라이언스’ 총괄위원장, 공공건축물 GR 지역거점사업 수도권사업 책임자를 맡고 있다.


또한 설비공학회를 통해 ZEB 고등급 건물이 국내에서 보편화될 수 있도록 ZEB 설비기술 개발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ZEB인증건물이 실제 운영단계에서 에너지절감 성능을 담보하도록 인증건물 설계, 시공, 운용 등 단계별 커미셔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설비공학회의 커미셔닝 기준작성‧운영을 추진 중이다.


국내 건물에너지분야 전문가인 송두삼 설비공학회 회장을 만나 통합 ZEB인증 민간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 ZEB인증 통합 기대‧우려사항은
올해부터 정부는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와 ZEB인증제도를 통합해 운영한다. 통합 ZEB인증제도를 통해 인증 소요기간이 약 20일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인증제도에는 기존 ZEB인증제도에 ZEB 플러스등급을 추가해 에너지자립률이 높은 건축물의 시장보급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ZEB인증을 받은 건축물 다수가 4등급 이하의 에너지자립률이 60% 미만인 건축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ZEB 플러스등급이 시장에 실현 가능할지는 다소 의문이다.


올해 IEA(국제에너지기구) 산하 EEB(건물에너지효율) 실무그룹에 참여하면서 공동의장인 독일, EU를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아르헨티나,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건물에너지 전문가들과 각국의 건물에너지 정책을 소개하는 워크숍에 참가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호주 국립 건축환경 평가시스템인 NABERS(National Australian Built Environment Rating System) 사례가 인상깊었다.


NABERS는 호주의 친환경 건축 평가시스템으로 건물에너지효율, 물소비, 폐기물관리, 실내환경품질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NABERS와 ZEB인증은 모두 건물에너지효율을 평가하는 제도이지만 접근방식과 평가범위 등에서 차이가 있다. NABERS는 건물의 실제 운영단계 성능을 측정‧평가하며 결과를 건물사용자, 소유주, 운영자 등에게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평가는 별점 0~6개를 부여하며 6성급 평가는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국내 ZEB인증은 주로 신축건물 설계와 시공단계에서의 에너지효율 극대화에 중점을 둔다. 즉 실제적인 건물 사용단계에서의 에너지성능을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ZEB의무화, 기존 노후건물 GR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대비 약 3% 증가했다. 즉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녹색건축제도는 실제 건물사용단계에서 에너지절감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 실제사용량을 평가에 반영하려면
국내 ZEB인증제도는 실제 건물 운영단계에서의 에너지소비량을 평가해 건물사용자, 소유주, 운영자 등에게 제공하도록 인증항목, 범위보완 등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건물유형별 표준배출량을 설정해 건물별 온실가스를 관리하는 온실가스 총량제를 2026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리대상은 서울 소재 연면적 1,000m² 이상의 공공건물, 연면적 3,000m² 이상의 민간 상업건물이다. 서울시는 민간 상업건물 약 1만4,000동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지정하고 초과량에 대해 제재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미국 뉴욕시의 건물에너지효율등급제도와 유사하며 2019년부터 뉴욕시는 Local Law 97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많은 건물을 대상으로 초과배출량당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 도쿄는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위한 총량감축의무와 배출량 거래제도(캡 앤 트레이드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도쿄 내 대규모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감축할 의무를 부과하며 배출량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도시 레벨에서의 세계 최초의 캡 앤 트레이드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도쿄는 신축 및 대규모 개수건물 중 연면적 2,000m²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물설계, 시공, 운용 각 단계에서 건물 설계단계에서 의도했던 에너지절감효과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필요에 따라 설비기기의 TAB, 운전 최적화를 실시하는 커미셔닝을 의무화하고 있다. 즉 도쿄는 신축건물의 ZEB 의무화뿐만 아니라 커미셔닝 의무화를 통해 실제건물 사용단계에서 일정 이상 에너지절감효과가 보장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장 2030년까지 건물부문 탄소중립 목표치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대비 28.2% 감축하기 위해서는 ZEB인증제도에서 실제 운영단계에서의 건물 에너지성능을 보장할 수 있도록 커미셔닝을 의무화해야 한다.

 

■ 민간부문 ZEB인증 확대 방안은
올해 ZEB인증 5등급 수준 설계가 민간건물 대상으로도 의무화된다. 당초 지난해부터 의무화가 요구됐지만 정부가 건설경기 침체를 이유로 1년 유보했다. 올해부터 민간 공동주택 30세대 이상, 민간건축물 1,000m² 이상은 인증의무는 없지만 ZEB 5등급 수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동시에 최근 가스비, 전기요금 상승 등에 따른 냉난방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ZEB인증 민간 확대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ZEB인증에 따른 공사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실효적으로 민간건축물의 ZEB가 달성될지 의문이다.


최근 ZEB인증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제기하는 우려는 ZEB 3, 4등급 달성 추진 시 기존 5등급 달성에 비해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ZEB인증 5등급은 현재 국내에 소개된 건물외피 단열, 기밀성능 강화 등 상향된 패시브 요소기술 적용만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지만 3, 4등급으로 상향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고효율 냉난방‧환기‧급탕설비 등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건물부문 에너지소비량의 약 43%를 차지하는 난방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설비시스템은 1990년대 이후 큰 기술적 발전이 없다. 설령 고효율 설비시스템이 개발돼도 ZEB인증에서 건물에너지 성능평가 프로그램인 ECO2에서 성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새로운 고효율 설비기술이 시장에 보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ZEB인증을 민간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기계설비 관련기준 개정, 고효율 설비기술 개발지원, ECO2 평가 시 최신 설비기술 반영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민간건물의 ZEB인증에 따른 비용상승 보완방안으로 ZEB인증 대상이 되는 민간건축물을 최소의 초기비용으로 최대의 에너지절감효과를 나타내도록 ZEB달성 기획안 작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

 

 

■ 바람직한 ZEB인증 운영방안은
통합 ZEB인증은 ZEB시장 확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해외 선진국이 탄소중립을 보장하는 인증제도를 지향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ZEB인증이 녹색건축물 보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


ZEB인증이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려면 실제 건물운영단계에서 실효적인 에너지절감, 온실가스 배출저감 등이 보장돼야 한다. ZEB인증 획득건물은 운영단계에서 성능이 보장되는지 반드시 검증돼야 하며 민간건축물의 경우 결과를 사용자, 소유자, 관리자 등에게 공지해야 한다. 공공건축물은 건물 사용단계 에너지소비량 공개을 공개토록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을 개정해야 한다.


올해부터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ZEB인증 5등급 수준 의무화가 추진된 것을 시작으로 향후 무늬만 친환경이 아닌 실제 건물 사용단계부터 에너지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저에너지 주택이 국내에 보급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