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은 땅속 열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하는 시스템으로 ZEB 달성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열린 파리올림픽의 조직위원회는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목표로 선수촌단지를 지열에너지 건물로 설계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지열시장은 자본과 지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공 등으로 인한 공기연장과 천공부지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지열이 타 열원으로 전환되거나 열용량 축소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례들도 발생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올해 지열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중열교환기 신기술인증 등을 획득했다. 또한 국내 대형 지열프로젝트 실증도 이어갔다.
지자체들도 지열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시는 열에너지 맞춤형 컨설팅과 노후지열설비 교체사업 등을 통해 서울시를 세계적 수준 지열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지속했다. 경북, 대전 등도 지열에너지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정책우선순위 배제 이어져
지자체의 지열보급 확대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시장발전을 저해하는 제도개선이 미뤄져 올 한해 지열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지열은 전력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기존 지속됐던 재생에너지보조금과 예산지원 미비가 초기투자비 부담으로 이어져 시장확대의 걸림돌이 됐다. 연료전지 보급 확대로 인한 지열시공사례 감소도 시장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 유일하게 지열설비를 대상으로 하는 지열이용검토서 등 불필요한 규제들도 여전히 지열업계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지열업계의 관계자는 “열·전기 에너지원의 균등한 보급과 고효율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제도 재검토가 시급하다”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신재생열에너지 보급은 중단될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기열원히트펌프의 신재생에너지 편입에 대한 논의재개는 지열업계 위기감 고조에 더욱 불을 지폈다.
지열업계의 관계자는 “탄소중립 실현을 명분으로 공기열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라며 “국내 기후조건을 무시한 채 공기열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면 초기시설비가 높다는 지열의 단점이 부각돼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민간 건물에도 2025년부터 ZEB 5등급 이상이 의무화돼 재생에너지 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ZEB 핵심솔루션인 지열부문에 1차에너지 환산계수 2.75가 적용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열시장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조속한 환산계수 조정과 불필요한 규제개선을 시행해 지열시장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