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그린리모델링 기금조성을 법률로 의무화했지만 이를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국토교통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하 녹색건축법)’은 제28조에서 그린리모델링의 효율적 시행을 위해 광역자치단체장이 ‘그린리모델링 기금’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으며 계획을 추진하는 곳은 제주도 1곳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올 연말 예산에 반영해 내년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녹색건축법에 따르면 기금은 그린리모델링 관련 시공, 교육, 홍보 등 제반사업에 사용되며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나 광역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다.
기금의 재원은 외부 출연금이나 다른 기금의 전입금으로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기금운용에 따른 이자, 사업수익 등과 함께 건축법 위반 건에 부과한 이행강제금을 기금으로 편입할 수 있다. 이밖에도 조례에 따라 일부 수익금을 기금으로 돌릴 수도 있다.
녹색건축법은 지자체가 조례에 기금의 용처, 재원과 함께 운용에 필요한 행정사항 등을 담도록 했다.
그러나 전체 17곳의 광역자치단체 중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를 수립한 곳은 경기, 광주, 부산, 서울, 세종, 울산,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10곳이며 이 가운데 그린리모델링 전용 기금내용을 담은 곳은 경기, 광주, 부산, 울산, 제주, 충남 등 6곳에 그쳤다.
다만 서울은 기후변화기금으로, 울산은 시에서 운용하는 통합기금으로, 세종은 보조금지급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건축 또는 그린리모델링에 전용할 수 있는 기금이 아니어서 관련 산업에 얼마나 사용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조례제정지원 ‘출동’
국토교통부는 이와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조성내용을 포함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표준조례(안)’을 제작해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
박원호 국토부 사무관은 “지난해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사업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섰고 해마다 3,000~4,000건 증가하는 추세”라며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이를 확산하기 위해 지자체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린리모델링이 현재 국가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민간에 정착되고 국민들의 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토부가 지자체의 조례연구·시행착오에 따른 업무부담 및 시간·노력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올 초부터 연구 및 추진에 나선 바 있는 표준안은 지자체의 명칭만 기입하고 기타 지역사회 특성에 맞도록 일부 내용만 수정하면 입안이 가능하도록 작성됐다.
이에 따라 현재 녹색건축과 관련한 조례를 갖추지 못한 지자체도 입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가 연내 제정을 목표로 국토부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난관은 인력·예산
다만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조례제정까지는 행정절차와 입법절차가 많기 때문에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예산과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지자체로서는 녹색건축 관련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에 기금 관련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실제 조성까지 이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는 지금까지 기금조성 내용을 인지하고도 추진하지 못한 것은 인력과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제주도도 규모면에서는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부에서 지자체에 그린리모델링 필요성을 꾸준히 설명해 온 만큼 관련사업이 지자체 차원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