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의 방점은 사람에 찍혀 있다.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산업,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도시재생은 재실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업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경상관은 도시재생의 취지에 부합하는 대표적 사례다. 1985년 준공돼 소음과 청결 등 문제 때문에 교수, 학생들은 오고싶지 않은 건물이라고 말하는 곳이었다.
포스코A&C(대표 이필훈)는 지난해 8월 그린리모델링을 완료해 이곳을 정반대로 재생시켰다. 건축가라는 직업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는 서형주 포스코A&C 친환경팀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 포스코A&C가 사업에 참여한 계기는
포스코A&C는 1970년대에 설립돼 건축설계, 사업관리를 주로 해오다가 10년 전부터 설계건물을 시공까지 하는 디자인빌더로 진출했다. 같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분양, 플랜트 등 대규모 시공사업을 한다면 우리는 그런 건물을 설계해주고 보다 작은 규모의 경우 설계와 시공을 통합적으로 한다는 차별성이 있다.
그린리모델링을 포함한 녹색건축은 어떻게 보면 포스코 계열사로서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는 광복 후 일본의 피해보상금으로 설립된 회사여서 태생부터 사회공헌활동의 당위성이 있다. 게다가 철강생산 과정에서 CO₂가 상당히 배출되는데 이것을 건축부문에서 다소나마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프론티어 정신으로 사회적가치가 있는 분야를 육성할 필요가 있었다.
■ 한국외대 그린리모델링 내용은
한국외대는 2030년까지 제로에너지캠퍼스 구축을 목적으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내년까지 그린리모델링,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태양광발전으로 50%를 달성하고 소형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발전으로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추진된 인문경상관에는 내단열, 열교차단공법과 옥상 외단열이 적용돼 기밀성능이 50pa기압 시 7.14회/h에서 2.45회/h로 낮아졌다. 창호도 3중유리로 전면교체했고 공조기도 EHP(시스템에어컨)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1차에너지소요량 46.3%를 절감해 에너지효율등급이 4계단 상승한 1등급을 달성했다.
■ 공사 후 재실자들 반응은
그린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재미있는 부분은 신축과는 달리 건물 몇 층, 몇 호에 누가 있게 될지 안다는 것이다. 건물을 진단하고 이용자를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최대한 니즈에 맞게 시공하게 된다.
공사 전 학생과 교수들은 덥다, 춥다, 환기가 안 된다 등 불평을 쏟아냈다. 공사가 끝나고 다시 만나니 이들의 불만은 고맙다는 인사로 바뀌었다. 그간 설계·시공하면서 신축건물이 공사가 잘 됐다고 하는 느낌과 그린리모델링 후 그곳에서 실제 생활하는 사람이 고맙다고 하는 것은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건축가로서 직업에 대한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절감률을 평가하는 정량적측면도 의미가 있지만 그밖에 정성적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이곳에 오지도 않던 학생들은 이제 공강시간마다 북카페에서 공부하고 휴식한다. 이와 같이 누군가의 삶의 패턴을 변화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만큼 건축은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