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족 때문이겠지만 다행히 현재까지는 저에너지건축물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운영되고 못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건축분야에서 만큼은 가급적 이 기조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조금으로 흥한 제도는 보조금과 그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보다는 국가 보증의 장기 저리융자 제도로 운영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저에너지건축을 위해 이롭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BRP 제도가 좋은 예입니다.
기초연구에 관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건축분야는 모든 기술학문 중에 가장 늦고 보수적인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기초분야의 연구가 그리 많지 않고 그 기초연구가 실제 실무 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타 분야의 기초연구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긴 하나 실제로 건축분야도 기초적인 데이터가 절실히 필요한 분야지만 우리나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지 못한 기초데이터 중습열분야에서 몇 가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건축물에너지평가를 위한 직산일사 분리 표준기상데이터나 실내 온습도 평균치가 없고 용도별 실내 발열량에 대한 정보도 없습니다.
즉 에너지평가를 위한 극히 기초데이터가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 위에 쌓아 올려진 모든 실무의 정보는 엄밀히 말해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내일 당장 팔릴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연구투자를 줄여서라도 오랜 시간 가치가 지속될 기초정보에 대한 투자가 시급합니다.
또한 건축분야를 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로드맵 제시도 요구됩니다. 건축시장의 사이클은 비교적 느린 편에 속하지만 그 규모는 무척 큽니다. 우리 건축시장은 세계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급작스럽게 이뤄질 경우 그 능력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열성능의 향상, 기밀성능·창호성능에 대한 규제이든 완화든 모든 것이 서서히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세워지고 그것이 최소 3~5년 앞에 발표돼야 합니다.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을 위해서라도 장기적 안목의 로드맵 제시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