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인간의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건축, 환경을 보호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건축,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흐름에 따라 고도의 지능화와 융·복합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건축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자재에 대한 기준과 운영이 비정상이라면 새로운 건축은 요원한 일입니다.
한 예로 녹색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축단열정책이 그렇습니다.
단열에는 크게 열전도율과 열관류율(또는 열저항)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열전도율은 동일성분의 단일물질에 대해 열전달 성질을 측정하는 것으로 실제 건축에서 필요한 값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샘플의 한쪽 표면에서 다른 쪽 표면으로의 열전달에 따른 온도 차이를 측정한 후 약 220배로 확대 환산하고 다시 두께로 나눠 얻어내는 이론값입니다.
이는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측정하고자 함이 아니라 건축재료의 열적 성질을 파악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이론입니다.
반면 열관류율은 벽체를 중간에 두고 한쪽 공간에서 다른 쪽 공간으로 열에너지의 흐름을 1대1로 측정하는 건축물 에너지성능 판단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건축이론과 모든 건축제도에서 건축물 에너지정책에 필요한 정확한 답은 열관류율로 돼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판단하는 제도적 기준이 열전도율과 열관류율을 동시에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건축물의 에너지정책 기준에 따르면 열전도율 성능 성적서를 갖고 있는 건축재료들은 한번 열전도율 측정값만 갖게 되면 거의 영구히 그 측정값만으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법이 요구하는 열관류율에 대해서는 수많은 함정을 만들어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열관류율을 사용하려면 모든 건축물마다 모든 단열부위에 대해 매번 새로운 열관류율 측정값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나 비용측면에서나 절대 불가능한 내용입니다. 결국 법과 이론을 지키지 말라는 모순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