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냉매와 관련해 대한설비공학회에서 수행한 ‘국내의 설치환경을 고려한 약가연성 냉매의 사용 기준 수립에 관한 연구’와 정밀화학산업진흥회에서 위탁받아 국제냉동기구 한국위원회에서 수행 중인 ‘키갈리개정서 규제대응 정책조사·연구- 냉매분야 HFC 규제대응 정책조사연구’ 용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냉매와 관련 이슈를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용역에 참여한 최준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박사를 만나 연구용역의 의미와 국내정책방향에 대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 국내의 냉매정책·관리를 평가하면
키갈리개정의정서가 2016년 10월15일 채택됨에 따라 HFC에 대한 냉매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키갈리 개정의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5국 그룹1에 소속돼 2020~2022년 HFC평균 생산 소비량+HCFC 기준수량의 65%가 기준수량이 되며 2024년 동결, 2029년 10% 감축, 2035년 30% 감축하고 2045년 80%를 감축토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키갈리개정의정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개정의정서 비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태다. 아직 정부 입장에서 구체적인 HFC냉매 규제를 설정하지 못한 상태이나 현재 산업부에서 ‘키갈리개정서 규제대응 정책조사·연구-냉매분야 HFC 규제대응 정책조사연구’가 한국정밀화학산업진흥회를 통해 수행 중에 있어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향후 국내 HFC냉매규제정책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 주요 지역 및 국가의 HFC냉매 감축과 관련된 법규 및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가 가장 강력한 HFC냉매 규제를 선도하고 있다.
■ 최근 냉매관련 연구용역 경과는
최근 친환경 냉매와 관련된 연구용역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대한설비공학회에서 수행한 ‘국내의 설치환경을 고려한 약가연성 냉매의 사용기준 수립에 관한 연구’와 정밀화학산업진흥회에서 위탁받아 국제냉동기구 한국위원회에서 수행 중인 ‘키갈리개정서 규제대응 정책조사·연구- 냉매분야 HFC 규제대응 정책조사연구’다.
먼저 첫 번째 연구는 국내 에어컨 및 히트펌프에 Low GWP인 약가연성(A2L) 냉매를 적용하는 제품도입을 위해 유지보수 안전에 대한 기준 및 매뉴얼 개발을 포함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안전규격 IEC 60335-2-40 및 ISO 5149 시리즈를 제·개정하는 작업이다. 현재 이번 연구는 마무리돼 국가기술표준원에 본 표준의 제·개정을 요청한 상태로 빠르면 올하반기부터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연구는 산업부에서 발주한 향후 국내 HFC 냉매정책의 기반을 위한 연구용역으로 향후 국내 HFC 냉매규제 정책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 냉매관련 냉동공조기기 제조사 이슈는
각 분야별 제조사의 고민은 다를 것이다. 먼저 공조용시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약가연성 냉매(A2L)를 적용한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HFO냉매와 자연냉매들도 적용하고 있다. 일본, 유럽은 물론 미국 및 동남아시장에서도 A2L냉매 에어컨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법과 표준들이 A2L냉매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수출과 내수용을 이원화해 생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최근 국내표준의 제·개정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A2L냉매 적용 제품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믿는다.
냉동냉장기기시장은 제품별 HFC 대체냉매 적용이 매우 다양하고 아직도 주 대체냉매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 HFO 냉매전환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HFO냉매(Hydrofluro-Olefins)는 HFC 대안으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훨씬 낮아진 새로운 종류의 냉매다. 한 예로 R134a 대안인 R1234yf는 GWP가 335배 더 낮다. 이들 냉매들은 2015년부터 글로벌 냉매회사에서 HFC 대체로 개발한 냉매로 GWP를 획기적으로 낮춘 냉매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기존의 냉매보다 4~5배 비싸 냉동공조기기 제조사가 사용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물론 아직 시장이 크지 않고 일부 기기에만 사용돼 냉매시장 자체가 적어 높은 가격을 형성할 수도 있으나 향후 몇 년간 가격이 크게 하향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냉매회사에서는 HFO 냉매시장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정부 및 관련기관의 법규, 제도 개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HFO냉매는 약가연성 냉매다. 현재 우리나라의 규격이나 표준은 약가연성 냉매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 설비공학회에서는 국내 건축물 구조에 따라 약가연성 냉매사용을 할 수 있도록 안전과 성능표준을 제·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해 국가기술표준원에 제출한 상태다. HFO냉매를 적용한 제품의 세계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세계시장 변화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냉동공조산업은 수출 주도적 산업으로 국내 시장보다는 수출 위주로 산업이 형성돼 있어 HFO냉매를 적용한 신제품 개발은 필연적일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 사용하던 자연냉매를 적용한 제품에 대한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일례로 중국은 5~6년 전부터 R290냉매를 적용한 가정용 에어컨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으며 중앙 및 지방정부가 자연냉매를 적용한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면서 시장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서방의 글로벌 냉매회사의 냉매전략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중국만의 전략일 것이다. 최근 일본도 산업용 냉동기기, 가정용 공조기기 및 가정용 급탕기에 자연냉매를 적용한 제품이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정리하면 국내에서도 향후 HFC 대체로 HFO 냉매시장은 확대될 것이다. 이와 함께 자연냉매도 HFO냉매와 공생하는 시장을 형성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 냉매정책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키갈리개정의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5국 그룹1에 소속돼 2020~2022년 HFC평균 생산 소비량+HCFC 기준수량의 65%가 기준수량이 되며 2024년 동결, 2029년 10% 감축, 2035년 30% 감축하고 2045년 80%를 감축토록 하고 있다. 2045년이면 앞으로도 25년 후다. 어떻게 보면 머나먼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대처에 대한 국제적 공조와 압력이 우리 사회를 보다 이른 시기에 지구온난화 물질사용 금지로 이끌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1차 특정물질(CFC, 할론 등) 감축을 완료했으며 2013년부터 2차 특정물질(HCFC류) 감축을 시작해 2040년에 전폐하기로 했다. 또한 2016년 키갈리개정의정서로 HFC냉매 감축에 대한 로드맵도 작성해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정부의 공식적인 냉매규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냉매규제에 대한 정책과 법은 환경부와 산업부가 관련부처다. 지난 수십년간 환경부는 물질규제 관점으로, 산업부는 관련산업 보호 관점에서 냉매규제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냉동공조산업은 수출 주도산업으로 국내시장보다는 수출 위주로 산업이 형성돼 왔다. 냉매개발은 우리 스스로 개척하고 기술개발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단지 개발된 냉매를 적용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그 응용제품의 시장을 개척하는 시장이다. 자체적인 냉매개발은 지난 100여년간 글로벌 냉매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냉매규제정책 입안 시 반드시 국제환경(특히 국제표준 등)을 고려해야만 한다.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HFO냉매와 이미 사용되고 있는 자연냉매 사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반드시 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 냉매정책은 항상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보다도 느리게 입안되거나 수립돼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국내 전문가그룹이 전무하다.
대한설비공학회의 친환경냉매 전문위원회가 운영되고는 있으나 정부정책에 대한 브레인 집단이기보다는 학회 차원의 작은 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전문가그룹 운영이 절실하다. 이러한 전문가집단에서 전 세계적 냉매 규제분석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